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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72755609
· 쪽수 : 644쪽
책 소개
목차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
사냥감
마녀전쟁
깔끔한 집
피의 아들
뜻이 있는 곳에
사막 카페
위조지폐
유령선
시체의 춤
몽둥이를 든 남자
버튼, 버튼
결투
심판의 날
죄수
하얀 실크 드레스
이발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장례식
태양에서 세 번째
최후의 날
장거리 전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록적인 사건
안에서 죽다
정복자
홀리데이 맨
뱀파이어라는 건 없다
깜짝 선물
산타클로스를 만나다
춤추는 손가락
벙어리 소년
충격파
해제
옮긴이의 말 20세기 호러 문학의 위대한 선구자
리처드 매시슨 연보
리뷰
책속에서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 아멜리아가 무릎을 꼭 끌어안았다. 어슴푸레함 속에서 작은 형체가 총총 다가왔다. 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카펫 바닥을 걸어오는 그것을 보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녀는 생각했다. 침대보가 잡아당겨지자 그녀의 몸이 다시 얼어붙었다. 그게 올라오려는 거야. 나를 죽이러. 아니야.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매트리스 끝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작은 머리처럼 생긴 무언가가 매트리스 위로 불쑥 튀어 올라왔다.
아멜리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틀었다.
- 「사냥감」에서
“우린 죽었어요.” 미키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덱의 시체들, 그거 우리예요. 우린 죽었다고요.”
로스가 미키를 좌현에 난 틈 앞으로 떠밀었다. 밖을 내다보라는 것이었다.
“봐.” 그가 말했다. “우주선 보이지? 우리가 세워 둔 대로 잘 있잖아. 이 우주선은 우리가 타고 온 게 아니야. 그리고 저기 저 시체들. 저들은…… 우리일 리가 없어.”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확신이 묻어나지 않았다. 자기주장이 강한 그였지만 과장된 말투는 얄팍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그의 목은 연신 꿀렁댔고, 아랫입술은 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반항이라도 하듯 불룩 나와 있었다. 로스는 수수께끼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수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선장님도 자신의 시체를 똑똑히 보셨지 않습니까. 그게 선장님이 아니라고요?”
“그래, 아니야.” 로스가 예민하게 받아쳤다. “이 모든 게 황당하게 여겨지겠지만 이 또한 설명이 가능한 현상에 불과해.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두꺼운 팔뚝에 주먹을 날린 그는 얼굴을 씰룩였다.
“이건 나야.” 그가 말했다. “허상이 아니라고.” 그가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반박할 테면 해 보라는 듯이. “봐, 분명히 살아 있잖아.” 그가 말했다.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선장을 보았다.
- 「유령선」에서
음악이 시작됐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금관악기 소리는 뼈를 붙여 만든 짐승이 한밤중 골목에서 가냘프게 우는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힘줄이 수축되면서 루피의 오른팔이 씰룩거렸다. 자주색과 흰색을 띤 왼팔이 불쑥 들렸다가 이내 허벅지 앞으로 축 늘어졌다. 다음은 오른팔, 그다음은 왼팔. 오른팔, 왼팔-오른팔-왼팔-오른팔…… 양팔이 어색하게 씰룩이는 모습이 마치 아마추어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를 보는 듯했다.
루피의 근육은 드럼 브러시 긁히는 리듬에 맞춰 경련을 일으켰다. 페기의 몸이 등받이에 더 밀착됐다. 차갑게 식은 그녀의 몸은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무대 조명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가면을 바라보았다.
- 「시체의 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