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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88972755982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바틀바잉 & 바틀바이드
* 가장 보통의 존재
―『두더지』의 스미다
* 비타민이라는 미들네임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
* 식욕의 지옥에서 천사가 된다는 것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신성일
* 뱀파이어 보디가드
―『렛 미 인』의 호칸 벵손
*‘진짜여자’의 희미한 실루엣
―『조립식 보리수나무』의 김희영희
* 결혼장애증후군, 혹은 당신의 악마
―프란츠 카프카
* 정삼각형의 사랑법
―『미녀는 못 말려』의 사이온지 안나
* 역할과 싸우는 외로운 등장인물
―「오펀」의 에스더 콜먼
* 가난의 유물론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의 J
* 100%의 그림자
―『이민자들』의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 두 겹의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
―다니엘 파울 슈레버
* ‘아무도 안’이라는 신원증명
―알프레드 메흐란
*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성숙한 인간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란단다. 하지만 성숙한 인간은 같은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려고 하지. 선생은 콜필드의 미성숙을 부드럽게 타이르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아무래도 콜필드는 고귀하게 죽는 쪽에도, 묵묵하게 살아가는 쪽에도, 혹은 위악적으로 타락하는 쪽에도 속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가 스스로 고귀해지려는 순간 유령과 아이들은 사라진다. 파수꾼을 잃는 셈이니까. 그가 묵묵한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 어느 순간 유령과 아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파수꾼이라는 사실을 파수꾼 스스로 잊고 말 테니까. ‘이미 인간이 아닌’ 유령들과 ‘아직 인간이 아닌’ 아이들의 파수꾼으로 남기 위해서는, 싫은 세계를 꿋꿋이 받아들일 수도 좋은 세계를 향해 막무가내로 날아갈 수도 없다. 그러니 콜필드가 이 세계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정신병원일 수밖에.
-61p, 「비타민이라는 미들네임-홀든 콜필드」
문학적 에너지를 위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결혼의 포기라기보다는 차라리 결혼에 대한 ‘목마름’ 자체가 아니었을까. 결혼을 아예 단념해도, 결혼이 성사되어도, 목마름은 해소된다.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만 갈증은 유지될 수 있다. 카프카 자신이 언제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말했듯 그는 결혼이라는 문제를 두고 펠리체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혔다. 펠리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펠리체와 함께 살 수도 없다는 모순 속에 계속 빠져 있으려 했다. 해소 불가능한 목마름을 이어가는 것만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삶의 방식인 듯.
-149~150p, 「결혼장애증후군, 혹은 당신의 악마-프란츠 카프카」
암브로스의 마지막 나날을 서글픈 자학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눈길에 약간의 덧칠을 가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자기 말살이나 파괴라기보다는, 그림자라는 자신의 존재를 망각 속에 밀어넣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아니었을까, 하고. 삶의 하인이라는 자리를 끝까지 고수하기 위해, 그림자로서 짐짓 실체인 척하지 않기 위해, 그는 그곳에서 그런 식으로 고집스럽게 복종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네 삶의 주인이 돼라. 암브로스로서는 이 명령에 응하지 않는 것만이, 어쩌면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절 바른 복종, 자율성의 삭제만이 역설적으로 암브로스의 삶을 그 자신만의 고유한 삶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250~251p, 「100%의 그림자-암브로스 아델바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