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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7245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에마 인치, 떠나다
토파즈 커프스단추 미스터리
이다 고모의 초상
운 좋은 사나이, 재드 피터스
나는 설리번 졸업생
그랜트 장군이 애퍼매톡스에서 술을 마셨다면
개에 대한 추억
편애
세상에서 가장 위대했던 친구
삶의 파괴적인 힘들
윈십 부부의 결별
아홉 개의 바늘
햄버거 몇 개
펠프스 여사
레밍과의 인터뷰
닥 말로
자전거를 탄 제독
쏙독새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
월터 미티의 이중생활
그로비 선생님, 여기 잠들다
올림피와의 드라이브
총아
916호실에 투숙한 신사
흑백사진 속의 여인
말해야 하는 무언가
혼자인 사람은 방랑자
제임스 서버의 고단한 생활
침대가 떨어진 밤
밀어야 가던 차
댐이 무너진 날
유령 소동
한밤중의 경고음들
가정부들 이야기
개 조심
대학에서의 날들
징병검사
옮긴이의 말 | 공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꿈의 이면을 관찰한 작가
제임스 서버 연보
리뷰
책속에서
다음 날 새벽, 쏙독새는 전날과 같은 시간에 밝아 오는 날을 가로지르는 메아리의 동심원을 그리기라도 하듯 다시 울기 시작했다. 킨스트레이는 꿈속에서 자신을 향해 굴렁쇠를 굴려 보내려는, 턱수염이 무성한 세 명의 사내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그는 거대한 대관람차에 올라타려 했는데 흔들리는 객실의 좌석은 헝클어진 침대들이었다. 발 대신 바퀴가 달린 뚱뚱한 경찰관이 그를 향해 굴러 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윌파워윌, 윌파워윌, 휩푸어윌!”
눈을 뜬 킨스트레이는 천장을 바라보며 새의 울음을 세기 시작했다. 한번은 쉰세 번을 쉬지 않고 새가 울어 댔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나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환한 빛처럼 쏙독새의 울음소리에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 소리를 계속 듣느니 무슨 고백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년 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 「쏙독새」에서
나는 의아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랬다니요?”
“전 잠깐이라도 맥베스가 왕을 죽였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요.” 그녀가 대답했다. “맥베스의 아내도 그 일에 연루되지 않았을 거고요. 물론 그 두 사람이 가장 의심스럽기는 하겠죠,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절대로 죄가 없어요. 아니, 죄가 있어서는 안 돼요.”
“죄송하지만,” 내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정말 모르시겠어요?” 미국 여인이 물었다. “누가 일을 저질렀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다면 책을 읽는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런 짓을 셰익스피어가 할 리는 없잖아요? 제가 아는 바로는 ‘햄릿’이란 인물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셰익스피어가 맥베스라고 파악하기 쉬운 인물로 남겨 두었겠어요?”
나는 파이프에 담배를 채워 넣으며 그녀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그럼 누가 의심스러웠죠?” 내가 불쑥 물었다.
“맥더프요.” 그녀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듯 대답을 했다.
“세상에.” 나도 몰래 탄성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에서
[……] 차는 어딘가가 떨어져 나가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Poussez le phare!” 나는 소리 질렀지만 “헤드라이트를 밟아요”라는 말이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아 아 아!” 올림피가 대답을 했다. 나는 시동을 끄고 핸드브레이크를 잡아당겼지만 차는 이미 멈춰 서 있었다. 차 밖으로 나온 우리는 들이받은 전신주와 우리 차를 번갈아 쳐다봤다. 차의 오른쪽 흙받기가 구겨진 채 찢겨 있었고 뒤쪽 흙받기도 파손되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나를 쳐다보는 올림피의 얼굴 표정이 너무 초췌해서 한마디 위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Il fait beau(좋은 날씨입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프랑스어는 그게 다였다.
- 「올림피와의 드라이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