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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9911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기억의 습지 009
작품해설 125
작가의 말 14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들이 사는 면으로 가기 전, 읍내의 장례식장에 들렀다. 철규가 나와서 장인 장모를 맞았다. 새댁의 엄마는 검정 양복을 입은 사위를 보자 가슴을 치며 울었다. 새댁의 동생도 형부를 보면서 또 눈물을 흘렸다. 한쪽 팔로 엄마의 얼굴을 감싼 채. 장례식장 입구에서 모녀는 울었다. 새댁의 영정 사진 앞에 향을 사르고, 그리고 엎어져서 울 뿐이었다. 그에겐 익숙한 향 냄새였다.
흩어지는 연기를 멍하니 보며 머릿속으로 헤아렸다. 부산항에서 배에 올랐다가 이듬해 가을에 부산항으로 되돌아왔다. 20대 초반이었으니 4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돌아왔지만 돌아온 게 아니었다. 처음엔 눈만 감으면 월남 땅으로 가 있었다. 꿈속에서 늘 전쟁터에 가 있었다. 깨어나면 고향 집의 작은 방이었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잠드는 게 무서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도 꿈도 옅어졌다. 가끔 월남으로 가 있는 꿈을 꾸곤 했지만, 오늘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건 오랜만이었다. 길지 않은 낮잠결의 꿈이 40년 넘는 시간을 한순간에 치워버렸다.
“아, 이건 특수 임무를 맡는 부대야. 그래서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회사라고 하는 거야. 회사니까 회사의 우두머리는 사장님, 그래서 사장님이라고 그냥 부르는 거야. 일단 그 사장님 따라가면, 자네 인생이 펴이는 걸세. 지금 나라 사정이 어려워서 밥 굶는 사람도 쌔고 쌨는데, 가면 밥도 주고 제대할 때면 목돈도 주니까 자네도 이만한 가게 차리는 건 일도 아닐 거야. 나만 믿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