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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 (지은이), 이규원 (옮긴이)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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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학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883838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0-12-10

책 소개

나오키상 수상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장편소설. 200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고교생들의 성과 순정을 그려 많은 사랑을 받은 <나는 공부를 못해> 이후 13년 만에 발표한 성장소설이다. 각자 다른 욕망을 상징하는 네 주인공의 성장기를 아름다운 문체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일본 문단에서 야마다 에이미의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소개

야마다 에이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9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의 클럽에서 서빙을 하거나 모델 일을 하는 등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85년 거친 성애 묘사와 도발적 상상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베드 타임 아이스』로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이 작품으로 제94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이어서 1987년 『솔뮤직 러버스 온리』로 나오키상을, 1988년에는 『풍장의 교실』로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1996년 『애니멀 로직』으로 이즈미 교카상을, 2000년에는 『사랑의 습관 A2Z』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슈거 앤 스파 이스』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받았다. 특히 『사랑의 습관 A2Z』는 직설적인 성 묘사로 유명한 야마다 에이미가 뜻밖에도 인간의 내면, 그것도 사랑심리에 중점을 둔 글을 써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방과 후의 음표』, 『공주님』, 『나는 공부를 못해』, 『120% COOOL』, 『추잉껌』,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학문』, 『타이니 스토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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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다른 책 >
이규원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문학, 인문, 역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얼간이』, 『하루살이』, 『미인』, 『진상』, 『피리술사』, 『괴수전』, 『신이 없는 달』, 『기타기타 사건부』, 『인내상자』, 덴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 마쓰모토 세이초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0만 분의 1의 우연』, 『범죄자의 탄생』, 『현란한 유리』, 우부카타 도우의 『천지명찰』, 구마가이 다쓰야의 『어느 포수 이야기』,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 하세 사토시의 『당신을 위한 소설』,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도바시 아키히로의 『굴하지 말고 달려라』, 사이조 나카의 『오늘은 뭘 만들까 과자점』,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아사이 마카테의 『야채에 미쳐서』, 『연가』, 미나미 교코의 『사일런트 브레스』, 기리노 나쓰오의 『일몰의 저편』, 하라다 마하의 『총리의 남편』,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딧』, 고이케 마리코의 『이형의 것들』, 오타니 아키라의 『바바야가의 밤』, 미치오 슈스케의 『N』, 아라키 아카네의 『세상 끝의 살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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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조금만 더 이리로 와봐."
히토미는 쇠파이프 위를 어기적거려서 신타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파이프에 문질러진 샅에서 미지근한 물이 스며 나온 것처럼 느낀 것은. 그녀는 당황했습니다. 또 오줌을 지렸나 생각한 것입니다. 신타가 눈치채지 못하게 손을 뒤로 돌려 치마 속을 슬쩍 더듬어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자 방금 전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문질러봅니다. 온수의 온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 온수가 샅에서 배 쪽으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허리를 앞뒤로 살살 움직여봅니다. 그 묘한 느낌이 자꾸 퍼져나갑니다. 쇠파이프를 보니 녹이 슬어 있습니다. 이것이 독인지도 몰라. 그렇게 두려워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모토코 오빠들은 벌거벗은 여자 사진이 실린 잡지를 돌려본다고 합니다. 벌거벗은 여자. 더욱 불가해합니다. 히토미가 치르는 의식에 벌거벗은 남자가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여자의 상상력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남자의 망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르구나! 알몸 사진이라니! 얼마나 현실적입니까. 거기서 떠오르는 기억은 예전에 들여다보았던, 아빠와 엄마가 한밤에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모습입니다. 알몸 사진은 진짜 여자가 없을 때 이용하는, 야구에서 말하는 대타 같은 걸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녀는 다시 궁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남자의 딸딸딸과 나의 소중한 의식은 전혀 달라.


알몸으로 하는 이런저런 행위들은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몸 자체에 주어진 상쾌함이 요만큼도 없는 것입니다. 치호의 말을 흉내 내면, 쾌감이라는 걸까요? 그것이 조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사람을 좋아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그런 진창에 몸을 던지는 듯한 공동 작업에 가담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자신과 선배를 비교해보면 그 좋아한다는 감정의 출처가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는 그녀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몸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릅니다. 그러면 마음 쪽에 무게를 두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아닙니다. 선배와 할 때 그녀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그 자리의 무대장치와 비슷한 무엇입니다. 입맞춤으로 시작하는 예의바름의 뒤에서 풍겨나는 유화물감의 야비한 냄새. 기우는 태양 아래 길게 드리운 이젤의 그림자. 미처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서 구르는 제복의 조개단추. 그 와중에 나지막이 흐르는 옛날 영화의 사운드트랙. 그런 것들에 마음이 흥분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좋아, 하는 생각은 그다음입니다. 이때도 마음이 끌리는 대상은 성적 쾌감을 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몸 쪽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아아, 하고 왠지 미안해집니다. 익살스러울 만큼 일사불란한 그의 성기보다 무감하게 남아 있는 귀를 얼마나 성적으로 느꼈는지 모릅니다. 4711 향수의 오렌지 향을 풍기는 귀 뒤쪽이 그녀의 마음을 훨씬 더 쑤석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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