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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885641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5-0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에필로그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참다못한 내가 벌떡 일어나 애원하듯이 절규한다.
“참 죄송하지만, 조금만 일찍 죽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글쎄, 나를 두 달만 살려주면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스스로 죽겠다니까 그러네.”
“그러면 우리 계획에 차질이 생긴단 말입니다.”
“자네들은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지만 나는 인생 막바지에 아무런 마무리도 못하고 죽게 되었으니 어느 쪽이 더 억울하겠는가?”
“피해자는 언제나 억울한 법입니다. 우린 이 일이 성공하면 이 나라를 뜰 겁니다.”
“이보게, 언제나 성공한 순간부터 위기가 시작된다네. 자네가 날 죽인 순간부터 자네 인생은 위기에 봉착할 거란 말일세. 내 손에 거액이 들어온 순간부터 그 일을 성공시킨 내 애인에게는 위기가 시작된 셈이었지. 자네들은 아직 젊지 않나? 이 늙은이 말을 들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네. 비우고 또 비우면 길이 보인다고 했지 않은가.”
“형님, 우리 이거 때려치우고 다른 사기나 칩시다. 아무래도 사람 죽이기는 애초에 글렀습니다. 인간은 다 자기 식의 삶이 있는 법입니다.”
“삶? 너 지금 삶이라고 했냐?”
“예, 삶이오.”
“나는 그 삶이라는 단어가 싫다.”
살과 삼 사이를 교묘히 발음하는 것도 그렇고 왠지 묵직한 느낌이 들어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말에 부끄러움을 견디다 못한 미모사는 그 자리에서 한 포기 풀로 변하지. 손을 대면 움츠러드는 건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해서 꽃말도 부끄러움이래.”
“그런 말 들었다고 다 풀로 변해버리면 이 세상은 벌써 숲으로 변했겠네. 집집마다 풀이 무성해지면 환경엔 좋겠네.”
장군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뜬다. 저런 시선에도 면역이 생겼는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장군이 미간을 모으고 상을 찡그린다. 그 바람에 눈썹이 살짝 붉어진다.
“형, 미모사는 신경초야. 그래서 밤에도 잎을 접고 오므라들어. 알겠어? 식물도 자기보호본능이 그렇게 뛰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