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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빈곤/불평등문제
· ISBN : 9788972979371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19-04-12
책 소개
목차
초판 서문
1장 일의 의미: 노동 윤리의 생산
2장 노동 윤리에서 소비 미학으로
3장 복지국가의 부상과 몰락
4장 노동 윤리와 새로운 빈곤층
5장 지구화된 세계에서의 노동과 잉여
6장 새로운 빈곤층에 대한 전망
주
책속에서
빈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빈곤의 의미는 사실상 빈자들 ‘곁’에 있는 ‘우리’가 어떤 인간들인지에 달려 있다. 모든 성인 남자가 생산노동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의 가난과, 수백 년간의 노동으로 축적된 엄청난 능력들 덕분에 구성원 중 상당수가 생산에 참여하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서의 가난은 그 의미가 같지 않다. 생산자들과 보편적인 고용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과, 일이나 전문적인 숙련 혹은 직업보다는 소비자 선택을 중심으로 삶이 설계되는 소비자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난하다는 것’의 의미는 과거에는 실직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야기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결함 있는 소비자의 고초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차이가 빈곤한 생활의 경험 방식이라든가 빈곤의 불행에서 벗어날 기회와 전망 등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요인이다.
요컨대 일이란 개개인의 자기평가와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는 주된 요소였다. 상속을 받거나 모아놓은 재산이 있어서 외부의 도움 없이도 먹고살며 여가 생활까지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누구에게나,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그곳에서 맡은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범주화와 분류에 능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분류였다. 타인들과 함께하는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은 모두 이 분류에서 파생되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는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비교 대상이 되어, 자신과 동등한 사람들과 존경심을 보여주어야 할 윗사람들, 복종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만한 아랫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지, 사회생활에서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규정했다.
그러나 국가가 관리하는 산업예비군이 고용주들에게 다시 필요해질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머지않아 잉여노동력은 자체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다시는 상품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임시적이고 부정기적이고 ‘유연한’(다시 말해 ‘지나치게 경력이 좋다’든가 ‘너무 많은 훈련을 받았다’든가 하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주들은 복지국가가 황금기에 길러내고자 했던 교육받고 강인하고 자신감 있는 노동력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