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 ISBN : 9788972979586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 … 12
2 … 54
3 … 92
4 … 124
5 … 158
6 … 200
7 … 228
8 … 297
9 … 333
10 … 380
11 … 397
12 … 426
13 … 450
14 … 483
감사의 말
부록: 에밀리 도의 피해자 의견 진술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어째서 생존자들은 다른 생존자를 그렇게 잘 이해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우리가 당한 공격의 세부사항이 다 다른데도 어떻게 생존자들은 설명 없이도 눈을 맞추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건지. 어쩌면 우리에게 공통적인 것은 폭행 자체의 세세한 사항이 아니라 그 이후의 순간인지 모른다. 처음으로 당신이 혼자 남겨진 순간. 당신에게서 빠져나온 무언가. 내가 어디에 갔던 거지. 뭐가 사라졌지. 그것은 침묵 안에서 억눌러진 공포다. 위는 위이고 아래는 아래이던 세상과의 작별. 이 순간은 통증도, 히스테리도, 울부짖음도 아니다. 당신의 내부가 차가운 돌로 변해가는 시간이다. 알아차림과 짝을 이룬 완벽한 혼란이다. 천천히 성장하던 사치는 이제 끝이다. 잔인한 각성의 순간은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화를 내면 방어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배웠다. 단조로운 어조는 무심해 보인다. 너무 명랑하면 미심쩍어 보인다. 울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감정에 치우치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만 감정이 너무 없으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그 모든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한단 말인가? 침착해. 내가 나에게 말했다. 차분하게. 하지만 심리를 하는 동안 나는 자제력을 잃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어쩌지? 배심원들은 내가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검사가 상기시켜주었다. 그냥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녀가 말했다. 어떤 자신이요? 나는 되묻고 싶었다.
다음 날 나는 친구 맷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직 내가 에밀리라는 걸 몰랐다. 내 주위 모든 사람은 브록과 이 고장난 시스템으로부터 기대할 게 없다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충격을 통해 다시 신선한 감각을 얻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분통 터뜨리는 말을 듣고 싶었다. 미칠 것 같았고, 미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나도 미치겠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맷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의 슬픔과 좌절이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기독교인이었던 맷은 나를 위해 기도를 해도 되겠느냐 물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기에 대고 기도를 했다. 그는 하느님에게 힘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이 모든 일을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신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