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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93044339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5-04-15
책 소개
목차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9
노련한 작가는 문장으로 글을 쓴다
— 문장은 살아 있는 단어들의 선이다 27
생기 있는 명사와 엄밀한 동사
—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법 73
일상을 경이롭게, 경이를 심상하게
— 간결한 단어로 경이를 말하는 법 119
세상을 노래하는 문장들
— 숨이 차지 않는 긴 문장을 쓰는 법 171
하강하는 마침표와 도약하는 문단
— 보이지 않는 실로 문장을 엮는 법 205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문장은 세상에 건네는 선물이다 261
참고문헌 279
찾아보기 286
책속에서
문장은 글쓰기의 공유 자원, 모든 작가가 발을 내딛는 공동의 지면이다. 시인도 문장으로 글을 쓰지만 “문에 물건이 끼면 시간이 지연됩니다”나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세요” 같은 문장을 쓴 무명의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작가는 문장으로 글을 쓴다. 아무리 어리숙하고 부주의한 작가여도 흩뿌려진 대문자와 마침표, 그 사이 놓인 글자들이 문장이라는 보편적인 통화로 바뀌기를 염원한다. 우리는 문장을 만들면서 글쓰기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배운다. 이 종잡을 수 없이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난장을, 그러니까 인생을, 문장으로 아주 잠시 이해한다.
최초의 경구이자 최초의 문장은 죽음을 기록한 비문이었다. 어떤 문장은 비탄에 빠졌는데도 이상하게 우리를 북돋운다. 입 밖으로 꺼내게 된 절망은 고통이 그만큼 견딜 만한 게 되었다는 걸 알리는 징표다. 문장은 필연적으로 소멸하고 마침표로 끝을 맞이할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을, 심지어 자기 자신의 죽음마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 있는 삶이란 그 끝이 얼마나 분명한지를 아는 것을 암시한다. 잘 쓰인 문장은 자기 연민과 진부함의 해독제다. 상투적인 표현이나 한철의 유행어를 들먹이지 않고도 이 사람이 죽었다고, 당신도 그리될 운명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또는 듣는 순간 영원히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러나 분명하지 않은 무언가를 말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