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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88973375776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풀어 읽으며 _ 정민
1 태봉고원의 청량한 맛 _ 원산에서
2 웅장하고 아름다운 옥저의 산하 _ 주을온천에서
3 웅장하고 아름다운 옥저의 풍경 _ 주을온천에서
4 차유령을 넘어서 _ 무산에서
5 두만강 기슭으로 _ 농사동에서
6 홍단영사를 잠깐 들러 _ 농사동에서
7 천평을 건너는 나그네 _ 무봉, 신무치에서
8 무한히 비장한 고원의 밤 _ 신무치에서
9 무두봉 위의 무두대관 _ 무두봉에서
10 정계비 곁 산해의 슬픔 _ 분수령 위에서
11 아! 장엄한 대백두 _ 천지 가에서
12 따스한 해 따순 바람 성모의 사랑 : 서기에 싸인 천지의 밤 _ 천지 가에서
13 천지의 꿈 : 아득히 드넓은 만고몽 _ 천지 가에서
14 백두산 관련 문헌 초록
15 웅대한 단조로움, 신령스런 평범함 : 온통 비고 고요한 해탈의 경계 _ 허항령에서
16 해맑고 어여쁜 삼지의 아름다움 : 천녀 전설이 살아 있는 무대 _ 허항령에서
17 백두 정간의 허항령 : 남본궁인 대천왕당 _ 포태리에서
18 백두산 화산활동의 자취 : 동경의 천평 세계 _ 포태리에서
19 변경 동포의 생활상 : 고풍 그대로의 목조건물 _ 포태리에서
20 복사꽃이 안 뜬 맑은 물 : 초록물결 출렁이는 압록강 상류 _ 가림리에서
21 압록강에서 뗏목을 타고 : 진인의 성패를 가늠할 근간지대 _ 혜산진에서
22 졸본 고원 넘기 : 가슴 가득한 것은 무슨 회포인가 _ 풍산에서
23 후치령을 내려와 북청으로 : 금성탕부의 관북의 큰 고장 _ 북청에서
해제 _ 백두산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숨결과 자취 _ 정민
부록 _ 작가 연보/주요 활동 및 업적(자료제공: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리뷰
책속에서
어젯밤 11시에 경성역을 떠난 우리 일행 7명은 차실(車室) 관계로 둘로 나뉘었다. 내가 갈까 하는 참에 일민(一民) 윤홍열(尹洪烈),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 두 사람이 먼저 찾아왔다. 원산에서 하차하여 동해 물에 몸을 담그고 함흥으로 치달아 관북(關北)의 웅주(雄州)를 한번 둘러본 뒤, 밤차로 무산(茂山)행을 하자는 상의다. 조금 뒤 옷을 갈아입고 여러 사람이 있는 차실로 갔다. 경암(敬菴) 김찬영(金瓚泳), 예대(詣垈) 성순영(成純永) 두 사람과는 처음부터 길을 함께하기로 예정했다. 어젯밤 같이 출발한 월파(月坡) 김상용(金尙鎔) 씨와 양정고보의 황오(黃澳) 씨 등이 벌써 행장을 묶어 놓고 원산에서 하차할 것을 역설한다.
하지만 관북 천리 웅장하고 아름다운 첫 대면의 풍광을 어찌 어두운 밤에 잠을 자며 지날 것인가? 적지 않은 의기를 발휘하여 중론을 굳이 물리쳤다. 차라리 혼자서 직행하기로 하고, 나는 다시 나의 차실로 돌아왔다. 석왕사(釋王寺), 안변(安邊), 남산(南山)의 모든 역을 거쳐 갈수록 계곡과 숲의 아름다움이 말할 수 없이 곱다.
―1장 「태봉고원의 청량한 맛」중에서
외따로 두세 집씩 산간에 사는 인가에서, 승객을 가득 싣고 달아나는 기차를 맞이하여 문지방을 집고서서 우두커니 쳐다보다가 남성과 눈을 마주치면 수줍어 외면하는 것은 소박한 여성이다. 맨발에 헌옷 입은 나이 어린 오뉘들이 두셋 씩 달려와서 입에 손가락을 물고 덤덤하게 선 것은 암만 보아야 낯익은 이가 없기 때문이다. 까닭 없이 가엾은 정이 일어나 두고 가기가 섭섭하다.
아아! 한 나라의 수도, 현대 문화의 첨단에서 기를 쓰고 버텨 봐도 오히려 일생의 광명이 보이지 않거늘, 이 산간에 헐벗은 어린 동무들에게는 누가 언제나 가슴 벅찬 환희를 가져다 줄 것인가? 부질없는 한만 가득 품고 무산 읍내로 대어 들어갔다.
―4장 「차유령을 넘어서」중에서
백두산은 꽃이 많아서 덩달아 나비가 많다. 세백접이라고 하는 곱고 긴 얇은 나비는 이 산만의 특산이라고 한다. 송도고보의 김병하(金秉河) 씨가 거칠봉 도중에 채집한 수많은 나비 중에서 그 전형적인 것을 보았다. 식물의 분포는 자못 무진장이어서 식물학자들이 침을 흘리는 바다. 아스라이 향기로운 고산식물의 자태가 풋내기의 눈에는 오히려 놀랍고 기쁜 느낌을 돋울 뿐이다. 중동학교의 최여구(崔如九) 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물의 채집에 열중한다. 앉고 일어나고 나아가고 물러나기를 규율에 맞추어 하는 이번 길에서는 충분히 진귀한 품종을 탐색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한다. 조류가 적어서 천적이 거의 없고, 북서쪽의 강풍이 끊임없이 불어 곤충은 모두 날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천막에 들어와 하소하는 귀뚜리는 말할 것도 없고 메뚜기와 베짱이, 여치의 종류는 모두 다리가 굵고 길되 날개는 몹시 짧다.
―8장 '무한히 비장한 고원의 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