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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295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2-11-16
책 소개
목차
1997. 다카하기
첫눈
일요일
모모이 선생님
1999. 사쿠라
여름방학
우바가 연못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
가을바람
2001. 즈시
짧은 머리
스프링 해즈 컴
국도
토끼 모양 사과 한쪽
2004. 도쿄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리뷰
책속에서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는 스물세 살이고 아빠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아빠가 옛날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만약 초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당신 어깨에 상처가 나도록 하지 않았을 거라고.
중학생 때 만났더라면, 같이 먼 곳으로 떠났을 거라고.
고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난 당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기타를 쳤을 거라고.
만약 대학생 때 만났더라면, 지금 나와 당신은 절대 여기 있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어깨에는 싸워서 생긴 상처의 조그만 흉터가 남아 있고, 중학생 때의 엄마는 어느 날 혼자서 집을 나갔다. 고등학생 때의 엄마는 코튼 캔디색 머리를 하고 혼자서 날마다 춤을 추러 다녔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엄마는 지금 여기에 있다. _pp.163~164, 「2001. 즈시」 중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야.
걸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야.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마치 기원후과 기원전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그 사람은 나의 하느님인 것이다.
― 난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_pp.194~195, 「짧은 머리」 중
엄마와 나의 인생은,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빠를 만날 때까지 이리저리로 구르는 돌 같은’ 인생이다. 벌써 몇 년 전에, 엄마는 그런 인생을 선택했다.
― 엄마가 선택한 거야.
언젠가 ‘엄마가’를 강조하면서 엄마는 말했다. 나를 무릎에 앉히고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 그러니까 끝내 아빠를 만날 수 없어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구르는 돌 같아도, 그건 아빠 탓이 아니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선택은 엄마가 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
― 아빠는 약속을 어겨?
그때 아직 어렸던 나는 불안해서 그렇게 물었다.
― 약속?
엄마가 되물었다.
― 우리가 어디에 있든 아빠는 반드시 찾아낼 거잖아? 그러기로 약속했다면서?
아아, 하며 엄마가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 물론 아빠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리고 내 머리에 키스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 아빠의 약속은, 그 약속의 말이 입을 떠나는 순간 이미 지켜진 거야. _pp.199~200, 「스프링 해즈 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