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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75276217
· 쪽수 : 471쪽
책 소개
목차
새벽
정오
황혼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나와 나라가 맞은편 강 언덕으로 뛰어갈 때마다 이푸린이 돌아오라고 소리를 지르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녀는 맞은편 강 언덕은 우리 땅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라한테는 그 땅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땅은 나라의 고향인데, 언젠가 나제스카가 지란터와 나라를 데리고 왼쪽 언덕으로 가게 될 거라고도 했다.
내 눈에 강은 그저 강일뿐이었다. 어디가 왼쪽이고, 오른쪽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강 언덕에 모닥불을 피우면 모닥불이 오른편에서 타고 있다 하더라도 왼편 설야까지 붉게 물들었다. 나와 나라는 이푸린의 이야기에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강 왼편과 오른편 사이를 뛰어다녔다. 나라는 특히 왼쪽 언덕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오른쪽 언덕으로 뛰어오면서 큰 소리로 이푸린에게 “제 소변을 고향에 남겨 두고 왔어요!” 하고 외쳤다.
그런 나라를 흘겨보는 이푸린의 표정은 순록이 낳은 기형 새끼 순록을 바라볼 때와 똑같았다.
그날 밤, 이푸린 고모는 강 왼편이 예전에는 우리의 영토이자 우리의 고향이었으며, 우리가 주인이었다고 나한테 알려주었다.
니두 무당은 두 해 동안 꿩을 먹을 때 뽑은 털을 정성 들여 선별해서 수집을 하고, 다마라를 위해 몰래몰래 치마를 만들었다. 솜씨가 뛰어난 니두 무당의 치마 속에는 남색의 광목으로 만든 안감 몇 쪽이 숨겨져 있었다. 백합 모양의 치마는 허리 부분은 꼭 붙고 아래가 넓었다. 깃털의 크기와 색깔이 달랐지만 뿌리는 위쪽을 향하도록 하고, 뾰족한 깃털은 아래를 향하도록 재봉이 되어 있었다. 깃털을 고정시킨 실은 낙타사슴의 가는 힘줄이었다. 그는 먼저 깃털 중간에 잡초처럼 생긴 줄기를 몇 가닥 묶은 다음 무명천 위에 재봉을 해서 깃털을 완벽하게 보존했다. 깃털 또한 부드러워 보였다.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보면 치마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윗부분이 잿빛의 강물이었다면, 가운데는 녹색의 숲이었고, 아래쪽은 쪽빛 하늘이었다. 린커가 떠난 후 3년이 되는 봄, 니두 무당이 준 깃털 치마를 받고 어머니가 얼마나 놀라고 좋아하고 감격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태어나 세상에서 본 치마 중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렁주에서 노루가죽으로 된 요 위에 치마를 평평하게 펼쳐놓고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런 다음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흰색 자작나무 위에 치마를 걸어놓고 갑자기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가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봄날 따사로운 태양이 깃털치마를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그러한 아름다움은 정말 여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내가 넌지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이푸린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너는 라지다를 좋아했지. 그런데 라지다는 지금 어디 있지? 이완은 나제스카를 좋아했어. 그런데 나제스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니? 린커와 네 큰아버지 니두 무당은 네 아마였던 다마라를 좋아해서 결투를 벌이게 됐어. 진더는 니하오를 좋아했지만, 니하오는 루니한테 시집가지 않았어? 난 깨달았어.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게 오래도록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