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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59253775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8-12-17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새벽 / 정오 / 황혼 / 에필로그 / 옮긴이의 글 / 서평 / 어휘풀이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순록을 방목 하는 어원커 부락의 마지막 무당이었다. 살면서 자녀를 많이 낳았지만, 아이들은 그녀가 굿을 할 때면 종종 비명횡사했다. 처음으로 아이를 잃었을 때 그녀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구한 대가로 네 아이를 대신 데려간다”고 신이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을 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을 구하느라 자식들 대부분은 요절했지만 그녀는 후회도, 원망도 하지 않았다. 비장하고 처연한 그녀의 삶은 인간의 꿈과 현실에 대한 충돌과 갈등의 강렬한 체현이었다. 병을 고치고 사람을 구하는 일은 무당인 그녀에게 천직이자 신앙이다. 사랑하는 것들이 피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행동했다. 크나큰 사랑을 품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혼탁함과 잔인한 현 실의 꿈을 초월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갈망하고, 도달하고 싶은 성스러운 경지이다. 그녀의 너그러움과 선량함 그리고 애틋함을 품은 마음이 바로 그 경지가 아닐까?
니두 무당은 두 해 동안 꿩을 먹을 때 뽑은 털을 정성 들여 선별해서 수집을 하고, 다마라를 위해 몰래몰래 치마를 만들었다. 솜씨가 뛰어난 니두 무당의 치마 속에는 남색의 광목으로 만든 안감 몇 쪽이 숨겨져 있었다. 백합 모양의 치마는 허리 부분은 꼭 붙고 아래가 넓었다. 깃털의 크기와 색깔이 달랐지만 뿌리는 위쪽을 향하도록 하고, 뾰족한 깃털은 아래를 향하도록 재봉이 되어 있었다. 깃털을 고정시킨 실은 낙타사슴의 가는 힘줄이었다. 그는 먼저 깃털 중간에 잡초처럼 생긴 줄기를 몇 가닥 묶은 다음 무명천 위에 재봉을 해서 깃털을 완벽하게 보존했다. 깃털 또한 부드러워 보였다. (…) 린커가 떠난 후 3년이 되는 봄, 니두 무당이 준 깃털 치마를 받고 어머니가 얼마나 놀라고 좋아하고 감격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태어나 세상에서 본 치마 중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렁주에서 노루가죽으로 된 요 위에 치마를 평평하게 펼쳐놓고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런 다음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흰색 자작나무 위에 치마를 걸어놓고 갑자기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가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봄날 따사로운 태양이 깃털치마를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그러한 아름다움은 정말 여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내가 넌지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이푸린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너는 라지다를 좋아했지. 그런데 라지다는 지금 어디 있지? 이완은 나제스카를 좋아했어. 그런데 나제스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니? 린커와 네 큰아버지 니두 무당은 네 아마였던 다마라를 좋아해서 결투를 벌이게 됐어. 진더는 니하오를 좋아했지만, 니하오는 루니한테 시집가지 않았어? 난 깨달았어.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게 오래도록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푸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슴속 깊이 상처를 간직한 여인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설파하고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사랑했다면 찰나의 행복이 떠나가버린들 무엇이 두렵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