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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5278037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08-03-17
책 소개
목차
독자에게
햄릿
햄릿의 주요 표제어
발행인의 글
리뷰
책속에서
1602년의 런던도 본다. 어느 오후 템스강 남쪽 자락에 있는 글로브 극장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 오래지 않아 팡파르가 울리고 깃발이 올라간다. 공연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이제부터 우리는 다른 세계로 이끌려가서 처음으로 소위 ‘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다. 막이 오르지도 객석의 불이 꺼지지도 않는다. 무대 조명도 필요 없다. 오직 ‘말’만 있으면 된다. 무대의 도움은 필요 없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언제나 그렇게 주문에 가깝다. 거기엔 마력이 있다.
이제 잡담을 그만둬야 한다. 방금 마지막 팡파르가 울리고 관객들은 잠잠해진다. 이제 우리는 주술사 셰익스피어가 꾸며내는 말의 무대를 본다. 그가 보여주는 무대는 바로 우리가 있는 곳이다.
-p.26 중에서
햄릿은 책을 읽으며 등장한다. 책은 멜랑콜리에 빠진 사람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다. 지식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법이다. 세상과 단절한 채 책 속에 칩거함으로써 사람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짐과 세상의 고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게 되기 쉽다. 아무튼 책 읽는 햄릿은 이때부터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고, 책은 멜랑콜리에 빠진 자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햄릿은 무슨 책을 읽고 있었을까? 혹시 몽테뉴의 『수상록』이 아닐까? 당시에 크게 유행했던 이 책은 햄릿의 태도와 많은 부분 일치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폴란드의 비평가 얀 코트Jan Kott 같은 이는 현대의 햄릿이라면 틀림없이 사르트르의 읽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르트르도 햄릿처럼 자신이 연기할 역할을 찾느라 고심한 철학자였다고 말했다. 어쩌면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p.65 중에서
셰익스피어는 거울상을 몹시 좋아한다. 모든 세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반대세계를 갖는다. 천상의 위계는 지옥의 위계에, 정신의 세계는 물질의 세계에, 무궁한 세계는 지상의 유한한 세계에 거울상으로 투영되어 있다. 동물의 왕국은 인간사회의 거울이고, 인간의 신체는 국가질서의 거울인 식이다.
이 모든 투영의 경계들은 인간 안에서 교차된다. 인간은 대우주 속의 소우주다. 거울은 이로써 세계의 모델이 된다. … 엘리자베스시대 사람들의 세계모델은 연극적이다. 연극은 세계의 이런 이중성을 충실히 따른다. 무대 위에 선 배우는 우리들의 쌍둥이다. 연극은 곧 세계를 뜻하지만, 또한 세계에 대한 경계를 자기 안에 만들어내기도 한다. 거울 속 거울은 연극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끝없는 내적 자기복제를 통해서 연극은 성찰을 수행한다.
… 이것이 낭만주의자들이 그토록 셰익스피어에 열광했던 이유다. 거울에 비친 ‘모방(Copy)’은 ‘원본(Original)’과 너무나 비슷해서 원본이 오히려 모방의 모방처럼 보일 지경이다.
-p.116~11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