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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명/문명사
· ISBN : 9788952119667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18-05-15
책 소개
목차
I. 제국을 만드는 이념들
중국 고대 제국의 이념적 특성 | 최진묵
그리스 문명 위에 세워진 헬레니즘 제국: 이소크라테스의 범그리스주의를 중심으로 | 김 헌
후마니타스! 보편 이념인가, 제국 이념인가? | 안재원
제국의 상상(想像): ‘모스크바-제3로마’ 이념과 러시아 제국 | 차지원
영원한 평화 그리고 제국주의: 칸트의 평화론과 비서구 세계 | 박배형
II. 제국의 다양한 양상
로마 제국과 ‘건축적 권위’의 발명 | 서정일
중세 아랍문학에 투영된 중세 이슬람 제국의 양상들:
우마이야조, 압바스조 제국과 아랍문학의 상관성 | 김능우
샤를마뉴 제국: 서로마 제국인가, 기독교 제국인가? | 박용진
중세 해상 제국 베네치아: 신화인가, 실체인가? | 남종국
정화(鄭和)와 중국의 제국의식 | 김수연
제국과 시간: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에 울려 퍼지는 빅 벤의 종소리 | 손현주
제국과 좀비: 지속 불가능한 문명에 대한 반성 | 박혜영
에필로그: 왜 제국을 연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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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고대 중국의 진한 제국은 이른바 중화제국이라고 부르는 당(唐) 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문화상에서는 한당문화(漢唐文化)라고 병칭하듯 큰 범주에서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 해도, 영토상에서도 서쪽으로 탈라스까지 뻗친 당(唐)왕조와 당연히 큰 차이가 있고, 민족상으로도 한족이 주체가 되는 진한 제국은 호(胡)라고 불리는 이민족까지를 포함하여 중화민족을 구축했던 당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제국(Empire)은 어쩌면 당 제국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진한 제국은 시기상으로도 고대 로마 제국과 대비되며, 한무제와 카이사르 및 광무제와 콘스탄티누스가 비교되기도 하고, 다른 지리적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정치 사회체제나 제도 등에서도 상당한 유사성도 있기에 자주 비교되고 있다.
로마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이 현대의 로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로마가 단적으로 한반도의 문제와 관련해서 펼치는 전략-전술이 어떤 원리에 입각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관련해서 고대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때 사용하던 전략-전술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한 참조 사례일 것이다. 이것이 로마를 알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아주 뜻밖의 사례일 텐데, 다름 아닌 중국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중국인 지인에 따르면, 중국의 공산당 통치체제가 로마의 원로원의 그것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고, 이런 이유에서 중국의 학자들이 로마의 원로원 역사를 매우 심도 깊게 연구한다고 한다. 한편으로 일당 중심의 통치체제라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 소수의 원로 그룹 세력들이 막후에서 최고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고대 로마의 원로원 정치와 중국의 현대 공산당의 통치 방식이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구가 요청된다. 그럼에도, 사정이 이와 같다면, “무한 제국”에 대한 제우스의 뜻은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제국이 될 수 있는가? 제국은 무엇보다도 통합이며 중심이다. 제국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포섭할 수 있는 보편과 규준을 만듦으로써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통합할 수 있다. 또한 제국은 그 외부의 것에 대해 끊임없이 중심이 됨으로써 외부의 것을 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제국은 어떤 의미로든 보편이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보편과 중심으로의 권력적 움직임은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제국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강한 이념적 동인에 의해 뒷받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