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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76828668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4-06-21
책 소개
목차
옮긴이 해제 | 프랑스 의학철학의 계보와 조르주 캉길렘 07
서문 33
서론 | 현대의 과학사 서술에서 인식론의 역할 37
제1부 19세기 과학과 의학의 이데올로기
I. 과학적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67
II. 의학적 이데올로기의 예: 브라운의 체계 85
III. 세균학이 19세기 말의 의학이론에 미친 영향 97
제2부 19, 20세기 생물학적 합리성의 성취
I. 18세기와 19세기 생물학적 조절 개념의 성립 131
II. 다윈 이래 생명과학의 역사에 대해 159
III. 생물학적 사유의 역사에서 정상성 문제 185
본서에 실린 연구논문의 출전 211
옮긴이 후기 213
책속에서
과학적 이데올로기는 지식의 백과사전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과학성이라는 규범으로 타당성을 입증한 분야에 둘러싸일 때 종말을 고한다. 이때 비과학의 영역은 배제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수호돌스키처럼 반과학(anti-science)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비과학(non-science)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다만 과학적 이데올로기에는 이미 확립된 어떠한 과학의 모델을 따라 과학이 되고자 하는 명백한 야심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질적인 것이다. 과학적 이데올로기의 존재는 그와 평행하거나 예비적인 과학적 담론이 존재함을 암시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미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이루어진 분할이 이 경우도 존재함을 아울러 암시한다.
과학을 분절된 진실들의 역사적 연속으로 취급하는 과학사는 과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역사가들은 이데올로기를 사상사가들에게, 최악의 경우는 철학자들에게 넘겨준다.
과학을 검증의 규범(normes de verification)에 의한 정화의 과정으로 보는 과학사는 과학의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시대에 뒤진 과학의 역사와 승인된 과학의 역사를 구별했지만, 이들은 분리되는 동시에 서로 연관되어야 한다. 진실성이나 객관성에 대한 승인은 낡은 것에 대한 배척을 품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사라져야 할 것이 처음에 승인되지 않았다면, 검증이 진실을 나타나게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와 과학을 분리시키는 것은 과학사 안에 분명하게 보존되어 있는 일부 이데올로기적 요소들과 이데올로기를 제거시켜 성립된 과학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저지한다. 『달랑베르의 꿈』(Le Reve de d’Alembert)에서 『종의 기원』을 기대하는 것이 그러한 시도의 예이다.
나는 앞서 자리이동의 세 계기에 대해 말했다. 그것은 병원에서 실험실로 장소의 이동, 사람에서 동물로 대상의 이동, 갈레노스 의학적 약재 배합에서 화학적 합성물로 치료약재의 이동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네 번째 이동이 필요하다. 파스퇴르는 생명체의 병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체에서 발견하지 않았다. 그는 화학적으로 순수한 광물의 기하학적 구조인 결정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그는 처음으로 우회로를 택한 사람 중 하나인 마장디처럼 생명체를 무생명체와 동일시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생명체와 무생명체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를 구별하는 데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파스퇴르의 이러한 우회가 클로드 베르나르의 권위에 매혹된 동시 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음의 증언이 그 사실을 잘 말해 준다. 1863년 외과의사 올리에(Leopold Ollier, 1830~1900)는 다음과 같이 썼다. “죽은 자연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연은 수용 가능한 비교의 항목들을 제공한다.” 이론적 발견의 결과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향유하면서도 사람들이 그 발견의 기원이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