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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7771741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09-05-15
책 소개
목차
에리히 쇼이어만의 서문
빠빠라기의 고깃덩어리 감추기, 허리 도롱이와 거적에 관하여
돌궤짝, 돌 틈, 돌섬 그리고 돌 사이에 있는 것에 관하여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하여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하게 만든다
빠빠라기는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영혼은 기계보다 강하다
빠빠라기의 직업과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는지에 대해
거짓 삶이 난무하는 곳과 뭉치로 된 종이에 대해
'생각'이라는 이름의 중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자기들이 갇혀 있는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옮긴이의 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빠빠라기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이 습관이 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으며, 정말 강제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항상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머리는 깨어 있는데 다른 감각은 쿨쿨 자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생각하는 것, 혹은 생각의 열매인 사상이 그를 꼼짝 못하게 한다. 마치 자기의 독자적인 생각에 중독된 것 같다. 햇빛이 아름답게 비치면 그는 금방 이렇게 생각한다.
“아, 태양은 왜 저토록 아름다운가!”
이것은 잘못이다. 완전히 잘못되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태양이 비칠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야자수나 산도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요란스럽게 굴지 않는다. 야자수도 빠빠라기처럼 시끄럽고 요란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아름다운 초록잎은커녕 황금 열매는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 때문에 빨리 늙고 흉물스럽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은 채 익기도 전에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마 그것은 생각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지 않는 빠빠라기는 바보 취급을 당한다. 실제로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똑똑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그것은 단지 구실이고 빠빠라기에게는 나쁜 속셈이 있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진짜 목적은 위대한 영혼의 힘을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인식하다’라고 하지만 인식한다는 것은 사물을 코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니 푹 찌를 정도로 눈 앞에 바짝 대고 보는 것을 말한다. 사물을 그렇게 파헤치고 샅샅이 뒤져 보려는 것은 빠빠라기가 하는 멋없고 경멸스러운 욕망이다.
모든 생각을 잘 정리한 사람은 결국 자기가 여전히 어리석고,
자기가 풀 수 없는 해답은 위대한 영혼으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