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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문선 현대신서
· ISBN : 9788980381463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01-08-10
책 소개
목차
1. 지옥은 비어 있다
2. 군중의 서사시
3. 말라르메는 기관총이다
4. "여기!"
5. "아무 할 말이 없어요"
6. "난 네가 그렇게 불행한 줄 몰랐어!"
7. 승려 없는 승려복
8. 알베르틴, 알베르틴, 나를 버리다니!
9. 플로베르 씨, 그는 바로 나다
10. 잔존의 이름
11. 한쪽 눈을 감으세요
원주
색인
책속에서
냉랭한 얼굴의 군중들이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내며 일정한 걸음걸이로 무표정하게 걸어간다. 이들은 곧 죽을 것이다. 거리는 고요하다. 그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두르지도 울부짖지도 애원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서 강압은 그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바대로 쓸데없는 것이다. 그들은 지나간다.
그런데 공포는 어디로 지나가는가? 망각은 어디에 틀어박혀 있는가? 외침은 어디에서 울부짖는가? 눈물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가? 흥분은 어디에서 격노하는가? 격렬한 언쟁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내부에서다. 마음속에서다. 우리 몸 속의 내장, 피처럼 솟아오르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는 이제는 필요치 않아 간과되는 폭력의 강제적인 힘으로 고요해진다. 그렇게 해서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살해되는 사람들이 속고, "지옥은 비어 있고 악마들은 여기에 다 있다"(얼마나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지켜온 문제가 많은 법인가!)는 말의 진의성이 감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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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이 말은 삶의 정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삶이 아닌 것의 영원상을 의미한다. 죽음은 삶을 능가한다. 죽음은 또한 현행범으로서의 육체를 피함으로써 유일한 표시인 시체를 억압한다.
죽음이란 존재는 생경하다. 잉여분으로서의 육체에 대한 거부이다. 과잉에 대한 거부, 초과에 대한 거부, 특히 차이에 대한 거부이다. 죽은 육체와 살아 있는 육체의 차이에 대한 거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