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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1336240
· 쪽수 : 92쪽
· 출판일 : 2013-01-10
책 소개
목차
1부
징 / 북 / 절창絶唱 / 꾼 / 칼 / 탕湯 / 열꽃 / 명인 / 전설 / 장구 / 달팽이 / 낙화 / 황토 / 물결무늬 새 / 가을 별자리
2부
비 / 방우리 / 가을 칸나 / 풍금 / 시래기 / 첫눈 / 면벽 / 폭설 / 무늬 / 겨울의 중심 / 천개동 시편 1―서시序詩 / 천개동 시편 2―별 / 천개동 시편 3―산국山菊 / 천개동 시편 4―물소리로 울다 / 천개동 시편 5―아버지 / 천개동 시편 6―북춤 / 천개동 시편 7―통일 걱정 / 천개동 시편 8―감자꽃 피면 / 천개동 시편 9―천개동 가는 길
3부
고흐네 쌀독 / 골목 수행 / 입춘 / 개나리 / 오래된 서적 / 갯섬 / 봉숭아 / 꽃밭에서 / 반성 / 문어 / 외면 / 수덕사 / 황혼 / 문상 / 천국포목 개업식 / 가을날
발문: 절창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_ 권덕하(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절창絶唱
일흔 노인 소리를 듣는다
득음에서는 관악기 소리가 나는 걸까
하도 불어 속이 다 닳아버린 오죽烏竹의 숨구멍으로
잘 익은 퉁소 소리 난다
참, 처량하기도 하다
두우도우 갸릉거리다
중모리로 간신히 넘어가는 저 노인 앓는 소리는
지금 애미哀未고개 넘어가는 중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지는 중고제 낯익은 소리, 절창絶唱이다
방우리
적벽강 깊은 낭떠러지 끼고 사는 마을이다
어쩌다 컹! 짖으면 수만 조각 갈라진 벽 울음이 뼛속까지 스미어
노인들 시름시름 앓다 은어로 돌아가는 마을이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던 은어 떼가 국수빛 보름달을 밀어 올리는 저녁
사나운 짐승 소리 내던 자작나무도 슬그머니 꼬리 감아 내리고
희디 흰 찔레꽃이 내 누이처럼 몸 던지는 서러운 마을이다
고흐네 쌀독
옛날식 연탄구이집에서
콧등 까매지도록 마시고 들어왔다
굴속 같은 집에서 아내 혼자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껍질 끼었는지
잇몸 오물거려 혓바닥으로 밀어내고 있다
한마디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
잘 갈린 소리 날을 세워 단박에 베어버린다
싯(詩)감 찾으러 다니다 너무 늦었다며
베어진 몇 마디를 주섬주섬 들어 올려보지만
설거지하면서 훌쩍거리다
거실에 놓인 쌀포대나 옮겨놓으라 한다
번쩍 들어 쿵쿵쿵 쌀독에 쏟아붓고
귀때기를 잔뜩 움켜쥐는데
한쪽 귀가 툭 하고 떨어진다
하는 짓거리 하고는
왜 붕대라도 감아주시지
털북숭이 사내가 쌀독을 앞에 두고
죽은 듯 굳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