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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연구/문화이론
· ISBN : 9788983927163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8-09-07
책 소개
목차
1장. 논의의 출발점 009
1. ‘SF’와 ‘포스트휴먼’에 얽힌 논점들 01 1
미리 온 미래, 이미 온 미래 | SF가 말할 수 있(없)는 것 | SF 장르론에 관한 변명-사이버펑크와 그 이후 | 디지털 문명에의 종속과 불안 |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그리고 ‘기술적 타자’로서 포스트휴먼 | 포스트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상상력
2. ‘오토피아’의 다른 의미들 067
당위적 미래 사회 모델로서 ‘오토피아’ | ‘오토피아’의 두 얼굴: 일본 아니메사를 중심으로
2장. 전후세대의 자기 성찰과 전복적 오토피아 095
1. 이상적 공산주의 공동체와 에코에티카: 〈미래소년 코난〉(1978) 097
원시 공산주의 공동체를 향한 비전: ‘하이하바’ 모델의 확장 | 반전주의, 반전체주의, 그리고 낙관적 미래
2. 실존에의 물음과 공론 영역 회복의 꿈: 〈기동전사 건담〉(1979) 120
오토피아를 묻는 여정의 출발점: ‘잉여성’과 ‘뿌리 상실’ | 확장된 공론장에 기초한 대안사회의 꿈
3장. 에코붐 세대를 향한 자유주의적 오토피아 141
1. 표피적 탈정치성, 봉합의 서사: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143
통속적 오락물이라는 함정, 그리고 불가능한 반전주의 | 도착적 감상성과 비약적 봉합으로서 문화주의
2. 사이버펑크적 저항, 단절을 통한 초극: 〈아키라〉(1988) 166
네오도쿄의 허무와 초능력의 기원 | ‘훔친 자’, 포스트 프로메테우스의 비극적 최후
3. 포스트휴먼에 대한 저항과 퇴행적 오토피아: 〈2020 우주의 원더키디〉(1989) 179
테크노포비아와 상상력으로서 ‘역진화’ | 전통적 환경주의와 비현실적 오토피아
4장. 세기말적 상상력과 강박적 오토피아 203
1. 억압에 맞서는 미래세대의 존재확인: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205
로스제네의 자폐적 내면 | 소외된 미래세대의 극적인 자기 전환
2. 트랜스휴먼 사회에 솟은 실존적 물음: 〈공각기동대〉(1995) 222
기술전체주의 사회와 분열적 정체감 | ‘묶인 자’, 포스트 프로메테우스의 능동적 진화
3. 결속에의 요구와 순응의 결과로서 오토피아: 〈녹색전차 해모수〉(1996) 232
시한부 종말론과 양가적 포스트휴먼 사회 | 강요된 성장과 강박적 모험
4. SF 하위 장르의 혼종적 진화, 반(反)오토피아: 〈카우보이 비밥〉(1998) 256
무정치적 지향성과 미시 서사적 전개 | SF 장르의 확장 가능성
5장. ‘기술 객체-인간’이 만드는 테크노포비아 277
1. ‘하드 SF’와 ‘하드고어’ 사이의 공포 : 〈테라포마스〉(2013) 279
반격하는 테라포머, 혹은 규제력 상실에의 공포 | 기술 조작적 인간의 역설
나가며: 미래‘들’로부터 돌아오기 309
찾아보기 31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처럼 인간의 외부 환경으로 존재하던 기술 장치들이 인간의 유기체적 조직과 긴밀하게 관련되기 시작한 이래 사이버네틱스에 관한 담론은 지속적으로 수정?진화해왔다. 이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는 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서 개별 인간에 대한 신화 역시 무너지고 있다. 기술적 진화에 따라 현실태가 된 포스트휴먼이 근대적 주체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문명의 구속력이 강화되면서 개별 인간의 독립적 주체성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의 기치는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공각기동대〉 말미, 주인공 쿠사나기가 인형사(The Puppet Master)와 융합해 나아간 새로운 생명의 자리는 그 ‘도전’의 한 양상을 상기시킨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작금의 과학기술은 지적?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적 인간에 대한 갈구를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다. 기술문명의 불확실한 조건 속에서도 불멸하는 포스트휴먼을 ‘개발’하려는 욕망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균형을 파괴하는 우리 안의 동인 중 하나다. 흥미로운 건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 곧 아니메의 역사 안에서 그러한 욕망이 가져올 결과가 다각적으로 고려된 바 있다는 사실이다. 주목할 것은 균형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금기’ 와 인류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돌파한 포스트휴먼에 대한 욕망이 길항하는 관계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프로이트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금기와 욕망은 서로를 강화시키는 근거가 된다.
한편 〈미래소년 코난〉에는 인더스트리아와 완전히 대별되는 또 하나의 섬 ‘하이하바(High Harbor)’가 등장한다. 대격변을 거친 후의 땅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이 섬은 자연환경이 완벽하게 보존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 섬을 시각적으로 대면한 첫 순간부터 이곳이 오토피아의 한 전형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곳 사람들의 생활 체계인데, 그들은 자율적 평등사회를 지켜가기 위해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노동을 기꺼이 감당하며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지켜간다. 하이하바 공동체는 ‘인간-자연’, ‘인간-인간’이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물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하이하바 모델은 공동체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내부 구성원이 타인과 자연환경에 대해 책임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연습해야 함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