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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19387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_앤 패칫 …… 7
1. 총소리 …… 17
2. 애도 기간 …… 22
3. 새집 …… 50
4. 학교 복도에서 …… 80
5. 내 것이라는 느낌 …… 94
6. 로이드 윌슨의 이야기 …… 124
7.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 143
8. 법원 …… 172
9. 졸업반 …… 210
옮긴이의 말 221
리뷰
책속에서
개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걱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착하게 굴려 애썼다. 평소보다 훨씬 더 착하게 굴려 애썼다. 그리고 주인은 그냥 읍내에 간 것뿐이며 곧 돌아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것이 명백했지만 말이다. 주인이 평소 하던 행동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개는 울부짖었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주둥이를 밤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채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그건 단순한 개의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그 울음에는 늑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조상의 울부짖음이 다 담겨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친구들이 시간만이 약이라며 아버지를 위로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아버지는 입으론 “그래, 나도 알아”라고 하면서도 실은 건성으로 들어 넘겼다. 일주일에 한 번, 아버지는 현관에 있는 괘종시계부터 시작해 집 안의 모든 시계태엽을 감았다. 분침과 시침은 믿음직스럽게 돌아갔고 밖의 빛은 분침과 시침이 가리키는 바를, 즉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음을, 늦은 오후임을, 어둠이 창문을 누르는 밤이 되었음을 확인해주었다. 부모님의 친구들이 한 말은 진실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느님 나라가 도래할 때까지 시곗바늘이 계속 돈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치유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어느 겨울날 새집에 갔을 때 다락을 통해 위층 침실 위로 내리는 눈을 본 듯한 기억이 있다. 어쩌면 전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행방이 묘연한 사진 앨범 속에 방금 내가 설명한 상황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직접 경험한 걸 기억하는 게 아니라 사진을 보고 기억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혹은 적어도 내가 기억이라 언급하는 것(즉 순간, 장면, 고착된 탓에 망각할 수 없는 사실)은 실은 마음속에서 반복해 들리는 어떤 이야기이며, 말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종종 바뀐다. 처음에는 서로 상반된 감정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어 우리는 삶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이야기꾼이 나서서 상황을 재배치하는 것일 터이다. 어쨌든 과거에 관한 한 우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