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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3686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19-05-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레이첼이 내 마음을 읽은 듯 내 발을 꾹 누르며 말했다.
“누가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아. 이제 더블린에서 일어난 사고도 당신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그 일 때문에 당신은 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 거야. 변화를 자신의 세계관과 통합하려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야. 정말 끔찍한 일이었지만 살아남았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당신에게 선물로 주어진 생명이야. 하느님이나 신이 결정했다는 뜻이 아니야. 나 역시 무신론자라 신의 보호 운운하는 말은 안 믿어. 다만 나는 운명을 믿지. 우주의 기운이라고 할까? 앨리스, 당신은 운명적으로 살아난 거야. 내 말이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운명의 힘이 당신을 살리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 ‘앨리스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생존의 시간을 더 부여해줘야 해.’라고 말이야.”
나는 레이첼이 잡고 있는 발을 빼내며 말했다.
“그럼 시아란은 죽을 운명이었다는 뜻이야? 그 우주의 기운인지 운명인지가 시아란은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으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결정했다는 거야?”
샨킬로드는 빅토리아 시대의 슬럼가를 1970년대에 옮겨놓은 듯했지만 폴스로드는 전혀 달랐다. 일단 황량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무너져 가는 집들, 폭탄 공격을 받아 여기저기 파인 도로, 길을 따라 흐르는 구정물이 내전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물러나라’, ‘아일랜드는 하나’ 같은 전단이 벽면 여기저기 붙어 있기도 했다. 영국군에게 살해된 공화국 순교자들의 초상화들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토요일을 맞아 아이들이 거리에 나와 놀고 있었다. 장난감 유모차를 갖고 있는 여자아이들, 공을 차는 남자아이들, 담배를 입에 물고 우울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모퉁이마다 거친 남자들도 더러 있었다. 남자들은 의심에 찬 눈초리로 우리 차를 바라보며 서로 나직이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시아란의 아버지에게 숨죽여 말했다.
“안전하겠죠?”
나직이 속삭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절로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시아란의 아버지가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가 폴스로드로 들어올 때 자기들끼리 무전기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거야. 저 위에 큰 탑이 보이지? 저기가 바로 디비스 타워인데 꼭대기에 영국군 사령부가 있어. 영국군이 저길 가려면 헬리콥터를 타야 해. 이쪽 지역에서는 영국군이 그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