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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은이), 임미경 (옮긴이)
  |  
밝은세상
2020-10-16
  |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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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책 정보

· 제목 : 여자들의 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4157
· 쪽수 : 348쪽

책 소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세 갈래 길》의 저자 래티샤 콜롱바니는 팬데믹 직전, 프랑스 파리의 쉼터 ‘여성 궁전’이라는 곳에서 이를 먼저 깨달았다. ‘가난’이 여성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작동하는지를 말이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모두와 나눠야 한다는 소명으로 《여자들의 집》을 썼다.

저자소개

래티샤 콜롱바니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8년 단편영화 <마지막 메시지(Le Dernier Bip)>를 시작으로 몇 편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2002년에는 한국에서도 개봉한 오드리 토투 주연의 영화 <히 러브스 미(A La folie... pas du tout)>의 감독, 2008년에는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영화 <스타와 나(Mes stars et moi)>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했다. 2017년, 첫 장편소설 《세 갈래 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프랑스에서만 백만 부 이상 판매된 《세 갈래 길》은 한국을 포함해 39개 나라에서 출간되었고, 20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세 번째 소설 《연》은 《세 갈래 길》에 등장하는 인도 소녀 랄리타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생 타인의 분변을 치우며 살아야 하는 불가촉민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 스미타와 함께 인도 북부의 고향 마을을 떠나 남부 해안가 마을로 도망친 아이 랄리타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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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경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탕달의 《적과 흑》, 《아르망스》, 장폴 뒤부아의 《상속》, 래티샤 콜롱바니의 《연》, 《여자들의 집》, 《세 갈래 길》, 조엘 디케르의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볼티모어의 서》, 르 클레지오의 《열병》, 콜레트의 《암고양이》, 마리 다리외세크의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 그웨나엘 오브리의 《페르소나》,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시작은 키스》, 질 르루아의 《앨라배마 송》, 곰브로비치의 《포르노그라피아》, 크리스티앙 자크의 《오시리스의 신비》, 줄리아 크리스테바&카트린 클레망의 《여성과 성스러움》, 피귀르미틱총서 《롤리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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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깨어나 보니 사방 흰색 벽에 둘러싸인 병실이었다.
의사가 솔렌을 향해 뭔가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 가운데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처음에 솔렌은 의사가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다른 어느 환자의 일을 이야기하는 걸까? 그러다가 기억이 되살아 났다.
(……) 몇 주간의 요양 생활 끝에 솔렌은 병실의 흰색 벽을 벗어나 정원을 한 바퀴 돌 정도로는 회복되었다. 벤치에 앉은 솔렌 곁으로 의사가 다가와 앉았다. 의사는 솔렌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를 칭찬해 주는 것 같은 말투였다. 이제 곧 퇴원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더라도 약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의사의 말을 들어도 솔렌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 봤자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 요양원을 떠나기 두렵다고 솔렌은 의사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실업자 생활은 처음이거든요. 앞으로 출퇴근도 없고 회의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시간을 맞게 될 텐데 그런 경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닻줄이 풀려 표류하는 꼴이 될까 봐 불안해요.” 그러자 의사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무언가 타인을 위한 일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런 제안은 의외였다. 의사가 말을 이었다. 솔렌에게 닥친 증상은 말하자면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아갈 이유, 일해야 할 이유, 그 모든 게 별안간 사라져서 그래요……. 그런데 그럴수록 자기 안에 갇혀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해요. 아침에 눈을 뜬 뒤 기어이 몸을 일으켜 움직여야 할 이유를 되찾아야 해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필요해요.”
정신과 의사가 제시하는 처방이라는 것이 알약과 봉사 활동, 두 가지가 전부라고? 11년간 의학을 공부해서 내놓은 해결책이 고작 이거야? 솔렌은 당황했다. 봉사 활동에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은 마더 테레사 같은 희생과 봉사의 삶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지금 같은 상태의 자신이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침대를 벗어나 한 걸음 떼어 놓기도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의사는 자신의 처방을 꽤 확신하는 눈치였다. “한번 해 봐요.” 그가 힘주어 말했다. 그러고는 퇴원 허가를 내리고 서명했다.


사실 솔렌은 불행이라는 것을 직접 겪어 보지 못했다. 신문들이나 TV 르포 영상을 통해서는 간혹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건 멀리서 구경하는, 바리케이드 뒤편 안전지대에서 관찰하는 불행이었다.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솔렌도 ‘취약 계층’이라는 용어에만 익숙했다. 미디어마다 걸핏하면 끌어들이는 말이다 보니 그것에 대해 뭔가 아는 느낌이지만 현실에서 취약 계층과 접해 본 적은 없다. 솔렌이 아는 가난이란 고작해야 동네 빵집 앞의 젊은 여자, 손을 내밀어 돈 몇 푼, 혹은 빵 조각을 구걸하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눈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깡통 하나를 앞에 놓고 그 자리에 죽치고 있었다. 솔렌은 매일 아침 길을 오가면서 여자를 보았다. 발을 멈춘 적은 없다. 경멸감이나 무관심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종의 습관 탓이다. 그의 가난은 그림으로 치면 그저 배경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이 도시의 풍경을 구성하는 한 불변 요소, 으레 있기 마련인 무엇이었다. 멈춰 서서 동전 한 닢을 줘 봤자 그 여자는 내일도 주거 부정 상태일 게 아닌가. 그러니 그런 행동이 무슨 소용인가? 각자가 짊어질 책임은 공동체의 책임 속으로 섞여 들어가면 희석되고 만다. 그런 사실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폭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목격자가 많을수록 증인으로 나서는 사람의 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빈곤에 대한 태도로 마찬가지다. 솔렌은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 일에 붙잡힌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 여자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갔고 뒤돌아보는 일도 없었다. 각자 자신의 일을 챙기고 나머지 일은 신이 알아서 하게 맡기자는 주의였다. 물론 그러자면 신이 있어야겠지만.


“필요한 곳에 자신의 시간을 내준다는 생각이야 좋았죠. 하지만 그건 어쨌거나 상대방이 받을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솔렌은 칼로 물 베기를 하다가 온 기분이라고, 자신은 공연한 헛수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궁전인지 어딘지에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이 문제는 더 이야기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전화선 저편에서 레오나르는 차분히 듣고 있었다. 그는 솔렌의 실망감을 이해했다. 그 자신도 처음 자원봉사로 어느 구청에서 대필 작가 일을 시작했을 때 동일한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솔렌도 너무 빨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 궁전 거주자들은 배타적이고 경계심이 많아요. 그럴수록 도전해 볼 가치가 있잖아요!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해요. 마음을 열도록 해야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신은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솔렌에게 한 번만 더 가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여성 궁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라는 부탁이었다.
레오나르의 이야기는 솔렌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을 부채질했다. 솔렌은 대답했다. 여성 궁전으로 다시 가서 그곳 거주자들 앞에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다고, 자신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유감이지만 이번 일은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며, 이것으로 대필 작가 일은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고 나서 솔렌은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든 솔렌을 설득하려고 애쓸 게 뻔한 레오나르의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레오나르의 낙천성은 솔렌의 화를 돋우기만 할 뿐이었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식의 열정, 모든 게 잘될 거라는 사고방식이라니, 얼마나 순진한가!
‘천만에, 모든 게 잘 된다는 법은 없어. 세상일이 순리대로 풀릴 거라는 건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지. 여성 궁전의 그 사람들은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야. 돈, 정붙일 가족과 친구, 사회 내의 연줄, 학력, 어느 것 하나 갖지 못한 그들에 비하면 나는 다 가진 사람에 속해.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잔고가 두둑한 통장 세 개가 있어. 하지만 나는 생의 어느 때보다 불행하잖아. 솔직히 말해 아침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의욕도 없어. 그러니 아냐, 정말로,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말은 헛소리야. 세상일은 그야말로 거지 같아. 그게 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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