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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590153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09-12-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래, 완벽해. 시어도시아는 혼잣말을 했다. 철사 바구니에는 황금빛 막대 모양 빵이 들어 있고, 갓 껍질을 벗긴 게의 집게발은 얼음 조각이 깔린 큰 접시에 담겨 있었다. 훈제 연어를 올린 미니 베이글에는 크림치즈와 설탕에 절인 생강을 곁들였다. 그리고 생크림을 곁들인 딸기 초콜릿 딥은…. 어머나,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잖아!
은제 피처를 손에 들고 잘게 부순 얼음을 채운 유리잔에 황갈색 아이스티를 따랐다. 한 모금 머금고는 건파우더 그린이라는 중국산 녹차와 신선한 박하를 블렌드한, 갈증을 달래주는 상쾌한 맛을 즐겼다.
시어도시아의 오른팔이자 차 블렌드 전문가인 드레이튼 코널리는 오늘의 요트 경기 피크닉을 위해 특별한 차를 만들어냈다. 건파우더라는 녹차의 이름은, 작은 찻잎을 건조시키면 또르르 말려들어가 작고 단단한 알갱이 모양이 되는데, 그 모양이 화약(건파우더)과 똑닮은 데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어젯밤에 조사했던 프린트물을 생각했다. 뭔가 나올 거라 기대했던 그것을. 마지막 한 장, 올리버 딕슨의 상반신이 뭔가 살풍경한 것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있던 한 장이 기억에 새겨져 있었다.
시어도시아는 딱딱한 좌석에서 다리를 포개려 몸을 움직였다.
살풍경한 배경.
시어도시아는 갑자기 등허리를 곧추세우고 포개려던 다리를 멈추었다. 그 배경은 뭐였지? 혹시 바위? 아니면 젖은 모래였나?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우리 가게의 식탁보잖아.
우리 가게의 식탁보. 둥근 불꽃이 기세좋게 솟구치듯 생각이 번뜩였다. 게다가, 식탁보에 뭔가, 이를 테면 화약이나 산산조각난 금속파편이나 핏자국 따위가 묻어 있다면 뭔가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실마리야. 진짜 실마리. 재미있어지는 것 같지 않아?
“이게 뭔지 알겠어요? 이 녹색 식물 말예요.”
드레이튼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반안경을 꺼내서 코에 걸쳤다.
“머위로군.” 잘라 말했다. “틀림없이 머위야.”
“장례식 화환으로 쓰기에는 좀 묘하지 않아요? 보기에 하나도 멋지지도 않고.” 시어도시아는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리즈베스는 일부러 이걸 골랐을지도 모르겠어요. 일종의 성명이랄까. 아니, 반성명이랄까요.”
“그보단 오히려 꽃말 때문에 선택한 것 같은데.” 드레이튼이 말했다.
이번엔 시어도시아가 의아한 얼굴을 할 차례였다. “이것의 꽃말이 뭔데요?”
“머위는 공정한 심판을 뜻하지.”
“공정한 심판.” 시어도시아는 되풀이했다. 리즈베스 캔트렐이 사용한 꽃말에 갑자기 흥미가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