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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88987115788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01-09-11
책 소개
목차
1. 사과나무를 낳은 아이
2. 보들레르의 과자와 가난뱅이의 장난감
3. 망각의 시학
4. 꿈이 없는 빈 집
5. 빈둥빈둥 노는 하나님
6. 발라드의 매력
7. 젊음들에 포위된 몹쓸 늙음들
8. 낡은 시의 감동, 감꽃과 달빛의 사랑이야기
9. 좋으면서 싫은 벤
10. 세 그루의 나무: 무우수, 보리수, 사라수
11. 병중 상쾌의 시들
12. 능소화 이야기
13. 두보와 함께 먼 집을 생각함
14. 그를 잃은 시
15. 시인 B씨의 불경스런 외설
16. 오독의 자유
17. 황홀한 잡것들과 기탄잘리의 세계
18. 지금 누가 내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19. 에미지즘의 무늬
20. 남자들의 고독
21. 안나 블루머에게
22. 이 세상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23. 시인 장자와 다다이스트
24. 베껴 쓰는 희랍인 조르바
25. 다리가 잘려나간 가재의 추억
26. 싫은 봄의 하이델베르크
27. 기타 치는 사람
28. 삶과 돈과 죽음 사이의 그리운 님
29.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30. 피곤해서 쉬는 일
31. 오래된 미래
32. 눈 이야기
33. 피어나기 싫은 꽃
34. 소란보다 고요가 좋은 날의 시들
35. 쓰레기의 향기
36. 세월을 이긴 편지 한 토막
37. 늦게 쓰는 사랑편지
38. 마리 A에 대한 추억, 그리고 고운 나비에게
39. 장미의 숫자
- 발문 | 몸에 새긴 시의 지문 (오정국)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 몰래 훔쳐먹던 덜 익은 사과의 맛은 더 달콤했다. 아무리 찾아도 그 나무는 지금 고향 넓은 뒷밭의 그 자리에 없다. 그도 지금은 그 자리에 없다. 그가 그 나무를 버리자 그 나무도 그를 버리고 불행해졌고, 그의 집과 가족들도 불행해졌다. 왜 그리도 참혹한 운명이 일찍 이 집을 길들였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행해진 그는 가끔 도시의 검은 공장, 굴뚝 밑에서 남몰래 흐느껴 울었다. 촘촘히 쓰레기통 같은 집과 방들이 들어찬 골목, 골목 옆을 흐르던 질척한 검은 하수. 그 흐린 물 속에도 가끔 사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고, 붉고 푸르스름한 열매가 그 가지들을 가득 채워 매달렸다. 밤마다 거친 자장가, 공장의 베틀 소리가 이미 다 늙어버린 아이의 두 귀를 찢었다.('사과나무를 낳은 아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