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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에세이
· ISBN : 9788988613610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이야기 단칸방으로의 초대 · 6
1부 혼자 커야 하는 아이들
삶이 짜증나는 아이와 진땀나게 씨름하며 · 17
젠장, 엄마가 필요하다고… · 28
안 먹으면 나 화낸다요! · 43
사랑스런 태샘족, 스스로 힘내! · 52
‘있는 집’ 아이 이야기 · 63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과 교감하기 · 77
꼬인 인생은 풀면서 가고 · 88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분홍공주 구타 사건 · 99
너는 내가 언제 너를 보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 117
아아아! 아아아아아! · 125
공부방 교사로 산다는 것 · 136
나는 너의 사랑을 질투한다 · 146
ADHD를 둘러싼 슬픈 속내들 · 160
업사이클링 중인 아이들 · 177
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 185
3부 구로 아리랑
‘거기’ 다녀? · 199
구로 아리랑 · 210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긴 죽음 · 226
저 혼자 감당하는 밥벌이 · 245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 · 258
약에 빠진 어른들 · 270
십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 281
유성처럼 찾아온 아이들 · 295
맺음말 당신의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고맙습니다 · 310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이들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변방의 존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 엉거주춤 서 있곤 한다. 제 울 곳을 찾는 이는 결코 한복판을 찾지 않는다. 울 일이 있는 아이들, 억울한 속내가 있는 아이들, 참아내느라 낑낑거리거나 씩씩거리는 아이들이 마음을 달래는 곳은 주로 구석진 곳이거나 모퉁이다. 하지만 이 응달진 곳에서도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햇볕이 모자라고 영양분도 부족한 구석진 곳이지만 기를 쓰고 자란다.(들어가는 이야기 중)
만약 공부방을 하다 죽는다면 십중팔구는 울화통이 터져 죽거나 어처구니가 없어 죽을 것이다. 애들하고 있다 보면 겨우 그따위 일로 이렇게 난리를 부리나 싶은 것투성이다. 인간의 밑바닥을 매일 봐야 하는 공부방 교사의 삶은 그런 의미에서 힘겹다. …… 쓰다듬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야 한다. 모나고 삐죽한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으로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것은 사랑도 아닌 것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마치 그냥 하는 일처럼, 이 세상에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쓰다듬어야 한다. 인간의 절대성이 움직이는 것은 그런 절대적 흐름에서만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희미하게 생기는 탓에 해보는 생각이다. 멈추지 않는 바람과 물결처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그저 하는 일처럼 그렇게 쉼 없이 아이들을 향해 의심 없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 마음은 흔들려도 내 몸만은 하나의 리듬 속에서 어제와 다름없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폐 끼치고 남의 삶에 개입하기 중)
복지라는 이름에 갇혀 얻어먹는 밥이 되지 않도록, 육신의 허기만을 채우는 밥이 되지 않도록, 빨리빨리 해치워버려야 할 골칫거리 밥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밥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자존심이 필요한 것이고, 그 자존심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과 일들이 있는 것이며, 마땅히 누구에게나 그런 몫은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다. 그것은 하늘은 혼자 못 가지는 것이고, 또한 모두가 머리 위에 함께 이고 사는 이치이기도 한 까닭이다.(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