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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길

즐거운 소풍길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변광섭 (글), 강호생 (그림), 홍대기 (사진)
  |  
직지
2012-02-26
  |  
2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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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풍길

책 정보

· 제목 : 즐거운 소풍길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89011750
· 쪽수 : 300쪽

책 소개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떠나는 충북의 아름다운 이야기. 스토리텔링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충북의 이야기와 그 속에 숨어있는 속살을 엿본다. 충북의 역사 문화 생태, 그리고 충북사람만의 애틋함을 새로운 시각으로 엿볼 수 있다. 문화기획자이며 에세이스트인 변광섭의 글과 한국인의 심성과 서정을 수묵화로 표현하는 화가 강호생의 그림, 사진작가 홍대기의 사진이 함께한다.

목차

소풍 가는 순서

1부 도심 속 아날로그, 삶의 지혜를 만나다
1. 삿된 생각 끊고 세상과 소통하다 ▶흥덕사지에서 ―015
2. 소란스런 시내서 몇 걸음, 역사와 생명과 문화의 길 ▶상당산성에서 ―023
3. 담배를 수출하던 공장, 문화를 생산하는 곳간으로 ▶안덕벌에서 ―029
4. 도심속의 아날로그, 내 삶의 시원을 찾다 ▶수암골에서 ―037
5. 시간과 공간의 물줄기, 문명과 자연의 내밀함 ▶무심천에서 ―045
6. 천 년을 이어온 거리에서 길을 묻다 ▶성안길에서 ―051
7. 역사의 숲, 생명의 향기따라 자박자박 걸어가는 길 ▶국립청주박물관에서 ―057
8. 쏟아지는 세상의 소리를 붓끝으로 담다 ▶운보의 집에서 ―065
9. 시원하고 달차근한 맛, 세종의 숨결을 음미하다 ▶초정약수에서 ―071
10. 단재의 고결한 삶과 자연을 가슴에 품다 ▶귀래리에서 ―083
11. 구름과 바람과 햇살을 벗 삼아 걷는 숲 속의 길 ▶미동산수목원에서 ―091
12. 자전거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 ▶가덕에서 ―097
13. 은빛 물결, 호사스러운 풍경을 담다 ▶대청호에서 ―103
14. 대청호 줄기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봄봄 ▶벌랏마을에서 ―109
15. 물 맑고 볕 좋으니 쉬어감이 어떠랴 ▶부용 강변길에서 ―115
16. 풍요의 고장, 호수의 짙푸른 속삭임을 즐기다 ▶오창에서 ―123
17. 과거로 돌아갈까, 미래로 달려갈까 ▶오송에서 ―131

2부 해탈에 이르는 길, 눈부신 길을 걷다
18. 해탈에 이르는 길, 걷고 또 걷는다 ▶난계와 영국사에서 ―141
19. 아버지와 딸, 그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물한계곡과 도마령에서 ―149
20. 꿈엔들 잊힐리야… 초록향수에 내 마음이 젖다 ▶옥천 향수 30리에서 ―157
21. 한옥의 DNA, 우리의 멋과 향을 만나다 ▶선병국가옥에서 ―165
22. 사색과 치유의 공간, 법주사에서 인생을 배운다 ▶법주사에서 ―173
23. 물줄기 따라 20리, 생명의 숲을 거닐다 ▶산막이옛길에서 ―179
24. 구석구석 역사와 자연과 생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화양계곡에서 ―185
25.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과 천 년 사찰의 속삭임 ▶공림사에서 ―191
26. 인심 한 움큼, 추억 한 아름 안고 오는 길 ▶증평에서 ―199

3부 천 년의 소리, 불멸의 향기를 찾다
27. 혼을 담아야 천 년의 소리가 나는 법 ▶진천종박물관에서 ―207
28. 풍요의 고장에서 풀어놓는 술 이야기 ▶진천 덕산에서 ―213
29. 변해가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 ▶진천 농다리에서 ―221
30. 33인이 펼치는 아름다운 공예이야기 ▶진천 공예마을에서 ―229
31. 철 구경 가서 철들고 오다 ▶음성 철박물관에서 ―235
32. 멋진 신세계를 꿈꾸는 오붓한 시간 ▶음성 수레의산에서 ―243
33. 겨울의 길목에서 만난 역사의 오솔길 ▶증원미륵리사지에서 ―251
34. 강따라 흐르는 오솔길… 사랑과 낭만의 잔잔한 물결속을 걷다 ▶충주 비내길에서 ―257
35. 눈부시게 아름다운 만추의 노래 ▶충주 중앙탑과 호수공원에서 ―265
36. 찬란한 가을숲에서 장인의 속살을 만나다 단▶양 방곡도예촌에서 ―271
37.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고 새로운 꿈을 품다 ▶단양 구인사에서 ―277
38. 한 해를 보내는 발걸음, 들뜬 근심 다 지운다 ▶제천 의림지에서 ―283
39. 밤하늘에 빛나는 붉은 달을 가슴에 품다 ▶제천 박달재에서 ―289
40. 맑고 향기롭게, 오달지고 마뜩하게 ▶즐거운 소풍길을 마치며 ―295

저자소개

강호생 (그림)    정보 더보기
어린 시절부터 화가를 꿈꿔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목회자가 되겠다며 화실에 있던 그림 수천 점을 불태우고 칼빈신학·루터신학 등을 섭렵했지만 결국 붓을 잡아야만 했다. 뉴욕, 런던, 동경, 북경 등 해외 전시와 국내 전시 등 20여 회의 개인전과 250여 회의 단체전에 작품을 선보였으며 KBS자연환경미술대전 대상, 충북우수예술인상, 현대충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으로 보는 시편 연구』등의 저서가 있고 현재 충북미술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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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글)    정보 더보기
수필가, 문화기획자, 청주대학교 겸임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선정 지역혁신가, 로컬콘텐츠 큐레이터 전국 최우수상 수상 초정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중앙일간지 기자를 거쳐 청주시문화재단에서 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직지축제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옛 청주연초제조창 문화재생,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제천 의림지, 괴산 수옥정 등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 및 사업화에 힘썼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크리에이터 이어령 선생과 함께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 활동을 펼쳤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선정 지역혁신가이며, 로컬콘텐츠 큐레이터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문화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금은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청주문화원 이사로 있으며 전국 주요지자체의 문화예술 및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 방송과 신문 등에 ‘변광섭의 마을이야기’, ‘변광섭의 동네 한 바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와 『즐거운 소풍길』이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풍경에 젖다, 마음에 담다』는 ‘2020년 상생충북의 이달의 도서’로 선정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날』, 『다시 불꽃의 시간』, 『이 생명 다하도록』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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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기 (사진)    정보 더보기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서 태어났으며 20년 넘게 아름다움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투어하고 있다. 한국민속예술축제 사진공모전에서 대통령상, 한국도로공사 길사진공모전에서 대상, 국제친선촬영대회에서 금상 등 각종 사진 공모전에서 80여 회 수상을 했다. 2012년 현재는 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고 대학 등에서 사진 강사로 활동하며 이 땅의 자연과 삶과 문화를 사진이라는 아이콘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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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프롤로그
꽃처럼, 나비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누군 그 모든 것들을 속절없이 버리고 싶었겠는가.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추억, 잊혀져가거나 사라질까 조마조마하며 글로 적어보고 사진으로 남기고 가슴을 비벼가며 고이 간직하려 애썼지만 유수와 같은 시간 속으로 흘려보낸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인터넷이 없으면 그 무엇 하나 할 수 없고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소통이 이루어지며 이것도 모자라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모든 최신정보만을 수집하는 최첨단 정보화와 시테크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이란 원래 비겁하고 헐겁기 짝이 없어 욕망만을 쫓을 뿐이지 아날로그의 추억은 쉽게 잊거나 망각하기 마련이다.
인간에게 절실한 것, 간절한 것들은 당장의 이기가 아니라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아날로그 정신이다. 그것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스스로 강하지 못하고 나약해 쉽게 버려지기 싶다. 그래서 당장은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에 다락방 속 깊은 곳에서 어둠과 함께 쾌쾌한 냄새를 맡으며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 새날을 기다리면서.
며칠 전 나는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을 비디오로 보았다. 논두렁길 밭두렁길, 인간의 온기로 가득한 시골 장터와 초가집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 풍경, 비바람 불고 눈보라 날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봄꽃 여름향기 가을들녘 겨울억새 사계절 모두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영화 속에서 대장장이의 풀무질과 유랑극단과 선술집과 어린 여공과 노름꾼의 죽음 속에서 만남과 이별, 사랑과 우정, 배신과 증오, 희망과 좌절과 그리움과 애틋함을 보았다. 이것이 한국인만의 질기고도 고단한 여정임을 알 수 있었다. 서울 평화시장의 다락방에서 미싱질을 하는 앳된 여공은 밥 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면서 분첩 하나에 마음을 달래야 했다. 쪽물만 보면 어릴 적 집 나간 어머니 치맛자락이 생각나고 원수 같은 친구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사계를 애증의 인연으로 표현하고 길을 통한 관용과 용서, 그리고 기억과 그리움에 관한 서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겨운 영화가 아니었던가. 가난도 팔자라며, 떠돌이 생활도 운명이라며 삶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은 이십여 년 만에 고향을 다시 찾아 옛날에 자주 다니던 단골 이발소를 찾는다. 벽에 기대어 졸던 이발소 주인이 부스스 깨어 창밖을 바라보며 했던 말이 가슴을 후빈다. “아따, 인자 포도시 봄이 올랑갑네.” 그렇다. 가벼운 사람들은 때가 되면 찾아오는 게 계절이라 하겠지만 어찌 지난겨울의 모진 세파를 이겨내지 않고 동토에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겠는가. 쉬운 사랑도 없고 쉬운 생명도 없으며 쉽사리 오가는 운명도 없다. 모든 것이 ‘포도시’ 오고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디 산뿐이던가. 요즘은 올레길, 둘레길, 산막이옛길 등 산길 들길 골목길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오지게 넓고 넓은 산하가 온통 사람 물결이고 주변의 주차장과 도로는 차량으로 빼곡하니 인간의 욕망에 대자연이 상처입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서울 북한산의 탐방객이 매년 2천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인이 얼마나 산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알 수 있다. 청주의 우암산과 상당산성, 그리고 청원의 작두산을 찾는 사람도 매년 50만 명은 족히 되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이처럼 산길 들길을 찾아 등산을 즐기고 걷기 신드롬에 빠져 있는 것일까. 서양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휘트니스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또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좋은 작품을 보며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고단하고 눅눅하며 막막하기까지 한 삶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신들의 삶과 문화를 디자인하는 역량보다도 지나치게 감정에 몰입되거나 이 때문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 문화살롱이나 문화아지트를 만들고 이곳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거나 인간의 서정을 호흡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게다가 미래가 불확실하고 정치적인 혼란과 과도한 경쟁사회가 주는 정신적인 상처가 깊으니 대자연 속에서 심신을 수련하려는 것이다. 웰빙과 웰니스, 슬로우라이프 등 시대정신도 한몫 하고 있는 것 같다.
산을 오르고 길을 걷다 보면 항상 즐거움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트레킹은 고되고 힘겨운 여정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오르려 하느냐”며 등을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있는 폼, 없는 폼 다 재다 보면 멋 부리는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고 자칫 산악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어디 이뿐인가. 하도 많은 사람이 똑같은 길을 걷다 보니 멀쩡하던 길도 깎여 나가고 산림까지 훼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하니 대자연은 인간의 욕망과 이기利器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인간과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없는 길을 파고 뚫고 헤집어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앞동산 뒷동산 골목길 호숫가 등 지척에 있는 자연의 속살을 엿보고 호흡하며 그곳에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혼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마음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이름하여 ‘즐거운 소풍길’이다. 온 가족이 도시락을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길에 오를 수 있는 길이면 좋겠다. 사랑하는 연인과 손잡고 자연이 주는 영롱함과 골목길의 서정과 사람들의 스토리를 한 바구니 담아오면 또어떠한가. 학생들에게는 보물찾기와 장기자랑의 흥미로운 놀이터가 되고, 여행객에게는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을 호흡할 수 있는 멋진 추억의 공간이며, 방랑자에게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다. 인간의 길이든, 자연의 길이든 길이라는 것은 질기고 질긴 생명의 여정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 길이 없는 곳은 없다. 우리가 가는 곳이 곧 길이고, 우리가 사는 곳이 길이다.
우선 즐거운 소풍길을 발굴하고 그곳의 역사 문화 생태를 하나로 묶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야 한다. 눈만 즐겁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독창적인 맛집 멋집을 개발해 흥미와 추억거리를 만들면 좋겠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논리대로 기능과 주장과 집중과 논리와 진지함과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하고 스토리를 겸비하며 조화와 공감과 놀이가 공유할 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삶과 우리들의 터전이 경이롭고 신명나게 변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즐거운 소풍길을 만들기 위한 생각의 탄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충북 구석구석의 속살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가슴 시리고 아팠던 추억과 아름답고 소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절절이 담을 것이다. 여기에 맑고 향기로운 이 땅의 사계와 골목길 풍경과 멋과 맛을 소달구지에 가득 실어 나를 것이다. 사진과 그림과 시와 에세이가 조화를 이룰 것이니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도전이며 문화원형과 문화콘텐츠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이웃들과 꿈꾸는 청춘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변주하면 좋겠다.
2012년 햇살 가득한 봄을 기다리며
변 광 섭


1. 흥덕사지에서
삿된 생각 끊고 세상과 소통하다

흥덕사 경내는 고요했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웅전 처마 밑의 풍경에 걸려있는 물고기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이었다. 시냇물은 쏟아지는 햇살을 품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니 덧없고 막막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봄꽃이 여기저기서 피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묘덕은 외로웠다. 외로움은 기다림을 낳았고, 기다림은 새로운 생각과 용기를 낳게 했다. 살아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문득 백운 스님이 열반에 들기 직전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인생이란 겪는 것이다. 나쁜 일도 겪고 좋은 일도 겪고, 기쁜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는 것이다. 하여, 어차피 인생은 들판의 꽃과 같아서 자고 나면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늘 수행이란 이처럼 이런 저런 일들을 겪기 위해 스스로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그날 백운 스님의 마지막 모습은 맑고 향기로웠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며 부처를 만나는 것처럼 평화로웠다.
묘덕은 석찬과 달잠을 가람 뒷마당으로 불러냈다. 이들은 모두 백운 스님의 시자侍者였다. 스님의 소중한 말씀과 고귀한 뜻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이미 스님께서는 중국 호주의 석옥선사에게 불법을 구하고 인도의 고승 지공화상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목판본 『직지』를 편집하여 저술한 바 있기 때문에 당신의 말씀은 부처의 가르침이자 선善이었다. 게다가 여러 고승들의 가르침과 선문답을 여러 해에 걸쳐 황모필 수백 개를 소진해가며 정리해 놓은 것이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며 참된 길로 인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남은 생의 몫이었다.
묘덕의 제안에 모두 뜻을 같이했다.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하면 대량생산도 가능하고 보존성도 뛰어나며 정보문화의 신기원이 될 것이라고 달잠이 귀띔했다. 달잠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찰 밖의 대장간을 오가며 금속활자 만드는 일을 시도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가깝게는 청주읍성에 있는 대장장이를, 멀리는 증평과 보은의 장터에 있는 대장간까지 수없이 들락날락했다.
묘덕은 인근에서 내로라하는 장인들을 찾았다. 금속활자장, 한지장, 배첩장, 필장, 서예가 등 1백여 명에 달했다. 이 일대는 일찍이 신라 말기부터 불교문화가 꽃피고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철기와 한지제조법이 대대손손 이어져 왔기 때문에 장인을 찾고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묘덕의 제안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조건 없이 따르겠노라 했다. 이들은 흥덕사 대웅전 인근에 준비된 공방에 모여 밤낮없이 작업을 계속했다. 글자본을 제작하고 밀랍을 녹여 판형틀에 붓고 응고시켜 밀납판형을 만들었으며 그 위에 결정된 글자본을 뒤집어 붙였다. 이어 어미자를 만들고 밀납가지와 주형(거푸집)을 만들었으며 청동을 녹여 주형의 입에 쇳물을 붓고 쇳물이 식으면 단단해진 거푸집을 파내서 활자 가지쇠를 들어냈다. 그리고 쇠톱을 사용해 활자를 하나씩 떼어내 인쇄틀에 조판을 한 뒤 인쇄를 하기 시작했다.
인쇄용지는 닥나무 껍질을 베고, 찌고, 담그고, 짜고, 말리는 등 99번의 과정을 거쳐 100번째 장인의 손에서 나온다는 벌랏마을 한지만을 고집했으며 금속에 잘 묻는 유연먹으로 애벌인쇄를 했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문득 “쉬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살다 보면 수많은 욕망의 덫과 유혹에 빠지겠지만 그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내밀함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선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가슴속으로 짠하게 밀려왔다.
연둣빛의 은행잎이 짙푸름의 시림으로, 다시 노랗게 물이 들고 정처 없이 흩날리더니 바스락거리는 낙엽 위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청산이 곧 부처라 하신 백운 스님의 뜻을 금속활자본으로 편찬하겠다는 대역사를 시작한 지 몇 해나 지났던가. 그동안 묘덕은 삿된 생각을 끊고 오직 백운 스님께서 초록해 놓은 말씀이 활자가 되어 세상의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 곡진할 뿐이었다. 고난이 사람을 단련시킨다고 했다. 잎이 떨어지고 나니 비로소 열매가 맺듯이 그토록 난망했던 것들이 하나 둘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깊은 겨울날 대웅전의 망새?尾에 햇살이 난반사되었다. 묘덕은 마지막 남은 활자 가지쇠를 인쇄틀에 올려놓았다. 한지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간절함을 담아 인쇄를 하고 쪽물 염색과 능화판 밀랍을 한 겉표지를 올려놓고 꿰매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백운 스님의 말씀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소리가 쏟아졌다. 햇살의 소리, 바람의 소리, 산새 들새들의 합창하는 소리, 그동안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냈던 수많은 장인의 감동과 눈물 소리…. 고단하고 암울했던 현실이 맑고 향기로움으로 가득했다. 1377년 청주목淸州牧의 흥덕사는 그렇게 눈두덩이 시릴 정도로 눈부셨다.『직지』는 상권과 하권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 하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꼴랭 드 쁠랑시가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고서와 각종 문화재를 수집하였는데, 그 속에 직지가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때 꼴랭 드 쁠랑시는 알았을 것이다. 직지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훨씬 앞서 금속활자로 제작된 책이고, 대한민국이 인쇄문화와 정보혁명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주한대리공사 임기를 마치기가 무섭게 직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고국으로 줄행랑친 것이 아닐까.
묘덕 석찬 달잠, 그리고 수많은 장인들이 피땀 흘려 만든 직지는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 소식과 출처와 행방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비루한 삶의 연속이었으며 잦은 외침과 내란 등으로 나라 전체가 피로했다. 이 때문에 그날의 신비와 기원과 참뜻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직지의 가치와 의미가 왜곡되거나 훼손될 수는 없었다. 한국인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었던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중 한국에서 건너 온 자료가 많다는 것을 알고 밤낮없이 뒤지며 조사한 끝에 직지를 발견했으며, 1972년 세계 도서의 해에 출품되면서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직지가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되었음은 1985년에 확인되었다.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이 일대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중 연화문蓮花紋, 당초문唐草紋 등이 발견되자 개발을 중단하고 청주대학교박물관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 쇠로 만든 큰 북(쇠북 또는 금구)이 포크레인에 찍혀 올라왔는데 ‘황통 10년 흥덕사’라고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포크레인 기사는 사찰 건물의 주춧돌인 초석을 여러 개 수습한 뒤 새참을 위해 쇠바구니를 땅속에 처박고 시동을 끄려는 순간 어디선가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흥덕사 뒷산 양병산에서 알 수 없는 굉음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수백 년 숨죽이고 있던 진실이 햇살과 합궁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흥덕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접어야겠다.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의 늦겨울 풍경을 가슴에 담고 내려오니 눈앞에 박목수네 가게가 예쁜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우측에는 직지골 식당과 이바지 음식 전문점과 청주시한국공예관이, 좌측에는 운봉서각과 유림필방이 길 가는 나그네에게 윙크한다. 문득 묘덕이 내게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하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티 없이 살다 가면 어떠한가. 이제 나도 부질없는 욕망 꿈꾸지 않고 맑은 풍경소리처럼 살고 싶다.

※ 본문의 글 중 일부는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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