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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인
· ISBN : 9788989571643
· 쪽수 : 254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1부 결혼, 그리고 긴 이별의 시작
· 유복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다
· 물지게를 지는 소녀
· 내 운명의 남자
· 결혼, 그리고 긴 이별의 시작
· 6개월 만에 깨어진 신혼
2부 결핍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 첫 면회
· 공부에 매달리다
· 신입사원 한명숙
· “겨울나그네”를 들으며 견디다
· 살림의 마술사
3부 무소의 뿔처럼 홀로 서다
· 용기 있는 스승
· 인습의 알을 깨고 나오다
· “나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생과부 한명숙입니다”
· 아버지의 실종
· 희망을 만드는 숙달된 조교
· 희열이 나를 일하게 한다
· 가난도 힘이 된다
· 취소된 면회
· 어떤 예언
· 내 생애 최악의 날
· 인간이기에, 다만 인간이기에
· “살아있다, 만세!”
· 미친 듯이 살 일이다
· 감옥에서 맞은 10.26
· 크리스마스 캐럴
· 어울려 사는 즐거움
· 오월의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 그림자에게 말 걸기
· 교도관의 영어선생
· 노란 손수건
4부 낡은 시대가 무너지는 소리
· 여성운동 종합선물세트
· 부엌에서 세상을 보다
·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탄생
· “쏘지 마! 쏘지 마!”
· 꽃다운 목숨들, 거리에서 지다
· 여성운동의 산맥, 가족법 개정운동
· 가사노동의 가치는 얼마?
· 낡은 시대가 무너지는 소리
· 일본까지 따라온 일들
·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 일본군 위안부
· 평화를 배우다
5부 한명숙, 정치인이 되다
· 대통령에게 걸려 온 두 번째 전화
·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서울로 오다·
· 버스 타는 정치인
· 한명숙은 뿔 달린 여자
· 여성의 멍에, 성희롱
· 우는 암탉 만들기
· 오전에는 퇴임식, 오후에는 취임식
· 업무평가 최우수, 리더십 1위
· 가수 한명숙이 아닌 기호 3번 한명숙입니다
· 균형의 가치
· 나는 그들을 용서했다
· 나는 장악하지 않는다
· “대추리 주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 장미꽃을 안고 낯선 집으로·208
· 선거에서 이기고 투표에서 지다
· 죽어도 죽지 않은 사람
·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나는 우리 국민을 믿는다
* 한명숙에 관한 오해와 진실
*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진실’이란 말에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진실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다른 수식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지금 저에게 진실을 설명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미 제 삶과 명예에 잔뜩 먹칠을 해 놓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실을 보여줄 것인가.
결국은 제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명숙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명숙이란 이름에 흠집을 내놓은 사람들을 향한 변명이 아닙니다. 이 글은 저들의 조작과 음해에도 저를 믿어주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향한 대답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친정집에 들렀다. 어머니와 동생들의 신변이 걱정이 되었다. 내 우려대로 며칠 후, 우리 식구들은 어딘지 모를 데로 실려 가서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다. 동생들은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풀려났다.
나는 남편을 찾아 나섰다. 남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남편 소식을 알려고 헤매고 다니자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기보다 피해 버렸다. 남편이 잡혀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처음의 막연했던 두려움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 정확하게 일주일째 다시 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뛸 듯이 기뻤지만 덜컥 겁이 났다. 아버지를 발견한 곳이 바로 시립병원이라는 것이었다.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의 모습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변해 있었다. 사람이 일주일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그토록 담대하고 강건하던 어머니마저 통곡을 하셨다.
아버지는 영등포에서 고혈압으로 쓰러져 길거리에 방치되었다 결국 경찰에 의해 시립병원으로 옮겨지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직 의식불명이셨다. 의사는 깨어난다 해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기억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시립병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돈이 문제였다. 식구들의 상심이 너무 커 집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내게 닥친 경제적, 정신적 고통으로 나는 정말 질식할 지경이었다. 병원에서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집에 오면 동생들이 불쌍해 애써 명랑한 척 노력했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다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누구와 툭 터놓고 의논할 사람도 없었다. 나는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소리 내어 엉엉 울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난관을 극복해 내고야 말겠다는 고집이 치밀어 올랐다.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 이 고통과 길고 긴 고독이 아무리 나를 짓이겨도 이겨낼 각오는 되어 있었다. 나는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외쳤다. “한명숙, 정신 차려! 결코 쓰러져선 안 돼. 한명숙, 넌 해 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