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한국철학 일반
· ISBN : 9788989721925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범례
해설: <국조전례고>에 나타난 정약용의 예론
1. 유교적 전통사회의 전례논쟁과 <국조전례고>
2. ‘입승대통’의 전례문제와 ‘계승’의 종교문화적 의미
3. 친속과 군통의 분리
1) ‘입승대통’과 ‘위인후’의 관계
2) ‘양자’와 ‘후사’의 관계
4. 천리와 인정의 조화
5. 조선과 중국의 전례논쟁에 대한 비평
1) 성종대 덕종 추숭 논쟁
2) 선조대 덕흥군 추숭 문제
3) 인조대 원종 추숭 논쟁
4) 정조대 진종 및 사도세자 추숭 문제
5) 명 세종대 ‘가정대례의’
6. <국조전례고>의 예론과 사상사적 의의
역주 <국조전례고>
제1부 조선시대 전례논쟁 비평
1. 성종대 덕종 추숭 전례
2. 선조대 덕흥군 추숭 전례
3. 인조대 원종 추숭 전례
4. 정조대 진종 및 사도세자 추숭 전례
제2부 가정대례의: 명 세종대 흥헌왕 추숭 논쟁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가만히 엎드려 생각건대, 세자의 칭호는 본래 부왕(父王) 때 나온 것이다. 만약 부왕께서 돌아가신 뒤 세자의 아들이 세손으로 통(統)을 계승하여 임금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세자라고 부른다면 명칭과 실제가 걸맞지 않는다. 그렇게 존칭을 부르는 것은 ‘대군(大君)’과 ‘대원군(大院君)’의 작위로 호칭하는 것보다 못하다. 나는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문에 걱정스럽고 못마땅하다. ‘세자’와 ‘세손’이라는 호칭은 이제 이미 귀에 익고 익숙해서 아무도 그것을 의심치 않는다. ……
정조께서 병신년 소(疏)에서 비록 이미 질언(質言)하셨으나, 그 질언한 내용은 추숭의 일반적인 전례였다. 만약 ‘종’이라 부르지 않고 종묘에 부묘하지 않은 채 그저 작위의 호칭만을 더한다면, 이것은 추숭의 일반적인 전례가 아닌 것이다. 정조께서는 소(疏)에서 참으로 질언한 적이 없으셨으니, 비록 재위(在位) 이후에 이것을 종묘에 알리고 거행하더라도 정말로 병신년의 소와 합치하지 않는 바가 없다. 비록 그렇다고는 해도 낳아준 분을 추숭하는 것은 본래 삼고(三古)시대의 떳떳한 법[?典]이 아니다. 더구나 영고의 엄한 경계도 있었으니, 비록 작호(爵號) 한 글자일망정 끝내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올바른 것이 차라리 낫다. 아! 우리 선왕(先王; 正祖)께서는 정말 가장 효성스러운 분이자 가장 덕 있는 분이셨다.
머리말에서
논쟁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역사상 없었습니다. 구조적 모순이나 갈등을 억누른 채 논쟁 없이 일방통행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입니다. 오히려 논쟁을 통해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입니다. 전례논쟁은 유교적 전통사회의 구조적 특징과 한계 내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유교적 지식인들의 학문적 분투와 정치적 노력을 잘 보여줍니다.
<국조전례고>는 조선(朝鮮)과 명(明)에서 일어난 전례논쟁을 다산 정약용이 예학적으로 검토한 저술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이상적 가치를 온전히 추구할 것인가, 현실적 상황을 주목할 것인가 하는 물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워 나가는 유학자들의 학문적 노력과 정치적 실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리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공론(公論) 중심의 정치문화를 일군 조선과 그에 비해 인정의 현실을 앞세우면서 황제 중심의 전제(專制)군주제를 펼친 중국 명나라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조선이 현실적 인정에 굴복하지 않고 이상적 의리를 굳게 지키면서 강력한 현실 권력조차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와 이상에 의해 견제하는 유교적 전통사회였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