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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여인

제3의 여인

나쓰키 시즈코 (지은이), 추지나 (옮긴이)
  |  
손안의책
2012-04-20
  |  
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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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여인

책 정보

· 제목 : 제3의 여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0028716
· 쪽수 : 304쪽

책 소개

1989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을 받은 나쓰키 시즈코의 장편 추리소설. 프랑스 파리 교외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어둠 속에서 보낸 꿈같은 사랑과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그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일어난 살인, 그리고 뜻밖의 결말을 그린 참신한 미스터리 로맨스 작품이다.

목차

가을 폭풍
선택의 시간
메시지
방문자
에메랄드 뷰
표적
모래시계
기억 속의 여인
사파이어 밍크
추적조사
그림엽서
재회
접점
물가에서

저자소개

나쓰키 시즈코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도쿄 출생. 게이오 대학 영문과 재학 중 「스쳐지나간 죽음」이 에도가와 람포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1970년 에도가와 람포 상 우수상 작품인 「천사가 사라진다」가 간행되자 유력한 여류신인으로 그 존재가 클로즈업되었다. 이어서 「증발」에서는 미스터리에 모성과 사랑의 상극을 그려 1973년 제26회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그 후 로맨틱 미스터리의 수작 「제3의 여인」을 거쳐 「아득히 먼 고개」로 수험 지옥을, 바람의 문」으로 의료문제를 다루는 등 미스터리의 형태를 빌려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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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지나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일본지역학을 전공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작품으로는 오노 후유미의 『잔예』, 『귀담백경』, 『시귀』, 『흑사의 섬』, 미야베 미유키의 『지하도의 비』, 오카모토 기도의 『한시치 체포록』, 나쓰키 시즈코의 『W의 비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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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새카만 어둠에 감싸인 살롱 안을 천둥이 관통했다.
잠깐 동안 다이고는 일어선 채 망설였지만 두꺼운 융단에 발을 끌다시피 하며 걷기 시작했다. 일대가 전부 정전되어 버렸는지 창문으로 흘러드는 빛도 없었다. 의자와 테이블 윤곽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암흑이었다.
손으로 더듬어 가며 여자 대각선 앞으로 짐작되는 의자에 앉았다. 막상 앉아 보니 상당히 가까운 위치인 것 같았다. 아까부터 은은하게 느껴지던 겔랑 향수가 근처에서 감돌았고, 여자의 숨이 다이고의 볼에 전해졌다. 그런 모든 것들에 달콤하고 왠지 쓸쓸한, 묘하게 고귀한 냄새가 담겨 있었다.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쓰다듬고서 잔을 두었을 때, 여자의 팔꿈치를 살짝 스쳤다. 얇은 천 안쪽의 가는 팔이 저릿한 감각을 다이고 안에 남겼다.
“우연이로군요.”


“그럼 당신도 이해해 주시겠죠. 제가 그 남자를 죽이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심정을. 인간의 갖가지 죄 중에서도 어리고 귀여운 아이를 괴롭히는 죄만큼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없으니까요. ─『카라마조프의 형제』 중에서 이반과 알료샤가 신神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지요. 경건한 수도사 알료사조차 순진무구한 아이를 괴롭히고 죽인 인간에게는 ‘총살해야 마땅합니다!’라고 외치지 않습니까. 그래요. 이 세상에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인간도 존재하는 겁니다.”
“옳은 말씀이에요. 다만 용서하지 않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요?”
용기……. 그거야말로 지금 다이고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매섭게 차가운 공기 밑바닥에서 여자의 잔향이 감돌았다.
아까 그녀가 말한 ‘순수함과 용기’라는 말이 다이고의 의식에 길게 여운을 남겼다.
용기란 어떤 뜻이었을까……?
아득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다이고는 여전히 반쯤 넋이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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