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0620149
· 쪽수 : 215쪽
책 소개
목차
그늘에 대하여
게으름을 말한다
연애와 색정
손님을 싫어함
여행
뒷간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유리를 제조하는 기술은 일찍부터 동양에 알려져 있으면서도, 그것이 서양처럼 발달하지 못한 채, 끝내 도자기 쪽이 진보한 것은 우리의 국민성과 상당히 관계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들이 한결같이 빛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옅게 선명한 것보다도, 가라앉아 그늘진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은 천연의 돌이든 인공의 도구이든, 반드시 세월의 손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흐릿함을 띤 빛인 것이다.
중국에 '쇼우쪄'라는 말이 있고, 일본에 '나레'라는 말이 있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에 사람이 손을 대어서, 한군데를 반들반들하게 만지는 사이에, 자연적으로 기름이 스며들게 되는 광택을 이르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손때임에 틀림없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풍류는 추운 것'인 동시에 '때 묻은 것'이라는 경구도 성립한다.
어쨌든 우리들이 좋아하는 '아치(雅致)'라는 것 속에는 어느 정도 불결한 동시에 비위생적인 분자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서양인은 때를 송두리째 벗겨내 없애려고 하는 데 반해, 동양인은 그것을 소중히 보존하여 그대로 미화한다고, 억지스러운 말이 되겠지만, 숙명적으로 우리는 인간의 때나 그을음이나 비바람의 더러움이 붙어 있는 것, 내지는 그것을 생각나게 하는 색조나 광택을 사랑하고, 그런 건물이나 가구 가운데 살자면 기묘하게 마음이 풀리고 신경이 편안해진다.
-- 본문 22~23쪽, '그늘에 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