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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1120952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끌려가는 사람들
김춘추의 분노
서부 대인
소나무의 힘과 버드나무의 지혜
음모
난
두 호랑이
삼국의 속내
상선약수
전야
이세민의 계략
요동성 전투
재회
늙은 호랑이
적과 동지
사람을 얻는 방법
두 얼굴
은고
저자소개
책속에서
“함정입니다.”
“알고 있네.”
“알고 계시면서 어찌 범의 소굴로 들어가려 하십니까?”
(…)
“무슨 말인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네. 저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는 일쯤은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말일세.”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지도 않지요. 하지만 작은 일들은 다릅니다. 아녀자들이 하는 일들이 그러합니다. 매일 밥을 짓고 찬을 마련하고 상을 차립니다. 설거지도 해야지요. 코흘리개 아이들도 돌봐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 아녀자들입니다. 이것은 귀찮은 일이고 쉽지 않은 일들입니다. 누군가를 설복하고, 다툼을 벌이고, 다시 만나고 하는 것들 또한 귀찮은 일입니다. 반복되는 일이고 끝이 없어 보입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지요. 대인께서는 이런 작은 일들이 두려우신 겁니다.”
(…)
“대인께서 보고만 계신다면 우리 고구려는 곧 당나라에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진정 그것을 바라십니까? 그렇지 않으시다면 책임을 떠안으셔야지요. 그것이 고구려를 아끼는 길입니다. 아낀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대인, 책임지십시오.”
을제의 말이 연개소문의 마음을 휘저었다.
― 「난」 중에서
“적군이 달아나고 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하늘을 덮었고, 이로써 당 태종의 운명도 여기서 끝인 듯싶었다. 연개소문의 군사들이 당나라군을 찌르고 베고 전진하며 당 태종을 목전에 두고 있던 그때, 때마침 눈보라가 몰아쳤다. 거친 바람을 타고 눈발이 날아드니 눈을 뜨기가 어려운 데다가 요택인지라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달아나는 쪽도 힘들었지만 붙잡으려는 쪽도 만만찮았던 것이다. 그렇게 고구려의 군사들이 앞을 볼 수 없어 우왕좌왕하는 사이, 당 태종은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세민, 명이 긴 놈이구나!”
당나라의 임유관까지 추격하여 쑥대밭을 만든 연개소문은 뒷날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 「적과 동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