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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1418172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14-12-23
책 소개
목차
1.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하늘 15 | 멈출 수 없지 18 | 신혼 일기 22 | 천생연분 24 | 이불을 꿰매면서 28 | 얼마짜리지 31 | 어디로 갈꺼나 33 | 한강 36 | 그리움 38 | 포장마차 40 | 가리봉 시장 44 | 지문을 부른다 47 | 영어회화 51 | 썩으러 가는 길 55 | 남성편력기 60 | 모를 이야기들 65 | 통 박 69
2 노동의 새벽
바겐세일 75 | 시다의 꿈 77 | 봄 79 | 졸음 81 | 휴일특근 84 | 손 무덤 87 | 어쩌면 91 | 당신을 버릴 때 94 | 진짜 노동자 97 |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99 | 노동의 새벽 103 | 어쩔 수 없지 106 | 석양 109
3. 새 땅을 위하여
사랑 115 | 바람이 돌더러 117 | 밥을 찾아 119 | 대결 124 | 떠나가는 노래 127 | 떠다니냐 130 | 삼청교육대 Ⅰ 133 | 어머니 141 | 아름다운 고백 145 | 별 볼일 없는 나는 149 | 장벽 152 | 허깨비 155 |
해설 | 노동현장의 눈동자 _ 채광석 15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늘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 나의 하늘이다 //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 나의 하늘이다 // 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 무서운 하늘이다 //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 관리들은 / 겁나는 하늘이다 //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 모두 하늘처럼 뵌다 /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 검은 하늘이시다 // 나는 어디에서 /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 대대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 그 사람에게만은 /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 서로를 받쳐 주는 /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 그런 세상이고 싶다
지문을 부른다
평생토록 죄진 적 없이 / 이 손으로 우리 식구 먹여 살리고 / 수출품을 생산해 온 / 검고 투박한 자랑스런 손을 들어 / 지문을 찍는다 / 아 / 없어, 선명하게 / 없어, / 노동 속에 문드러져 / 너와 나 사람마다 다르다는 / 지문이 나오지를 않아 // (…) 긴 노동 속에 / 물 건너간 수출품 속에 묻혀 / 지문도, 청춘도, 존재마저 / 사라져 버렸나 봐 // 몇 번이고 찍어 보다 / 끝내 지문이 나오지 않는 화공약품 공장 / 아가씨들은 끝내 울음이 북받치고 / 줄지어 나오는, 지문 나오지 않는 사람들끼리 / 우리는 존재조차 없어 / 강도질해도 흔적도 남지 않을 거라며 / 정형이 농지껄여도 / 더 이상 아무도 웃지 않는다
바겐세일
오늘도 공단거리 찾아 헤맨다마는 / 검붉은 노을이 서울 하늘 뒤덮을 때까지 / 찾아 헤맨다마는 / 없구나 없구나 / 스물일곱 이 한목숨 / 밥 벌 자리 하나 없구나 // (…) 10년 걸려 목메인 기름밥에 / 나의 노동은 일당 4,000원 / 오색영롱한 쇼윈도엔 온통 바겐세일 나붙고 / 지하도 옷장수 500원짜리 쉰 목청이 잦아들고 / 내 손목 이끄는 밤꽃의 하이얀 미소도 / 50% 바겐세일이구나 // 에라 씨팔, / 나도 바겐세일이다 / 3,500원도 좋고 3,000원도 좋으니 팔려가라 / 바겐세일로 바겐세일로 / 다만, / 내 이 슬픔도 절망도 분노까지 함께 사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