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91958524
· 쪽수 : 191쪽
· 출판일 : 2011-10-20
책 소개
목차
벌써 밤이 되었다/호수면은 진홍빛/자작나무/어머니의 기도/너 나의 버려진 고향 땅이여/개의 노래/
어린 나무 숲의 검은 머리단/나는 고향 땅에서 사는 것에 지쳤다/나는 여기 고향의 가족 품에/지는 해의 붉은 날개/오 러시아여/내일은 저를 일찍 깨워 주세요/밭은 추수가 끝나고/여기에 그것이 있도다/황금빛 나뭇잎/나는 마지막 농촌 시인/한 무뢰한의 고백/목숨이 있는 모든 것은 어릴 적부터/거친 자들에게는 기쁨이 주어지고/나는 아쉬워하지 않는다/그렇다, 이제는/여기에서 또다시 술을 마시고/울어라 손풍금아/어머니에게 부치는 편지/난 아직 그처럼 지친 적은 없었다/먼 옛 세월의 카랑카랑한 울음으로는/나에게는 딱 하나의 심심풀이가 남았을 뿐이다/너는 수수한 여자이다, 모든 여자처럼/
너야 딴 놈이 들이켜라고 하라지/소중한 여인이여/너를 보노라면 슬프다/너 나를 쌀쌀하게 괴롭히지 마라/저녁은 검은 눈썹을 모았다/쉬아가네여, 나의 쉬아가네여!/이제 우리들은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담청색 덧문이 있는 나지막한 집/황금빛 수풀/시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하늘빛의 즐거운 고을/하늘빛 블라우스, 파란 눈/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고/푸른 밤/귀향/소비에트 러시아/떠나가는 러시아/어머니의 편지/답장/스탄스/봄/손을 잡아당기면서/바람, 은빛 바람이 휘파람을 불고 있다/
아, 대단한 눈보라, 제기랄, 빌어먹을!/ 눈의 평원, 흰 달/너 나의 잎이 다진 단풍나무여/나의 길/비난의 눈초리로/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가여워하지 않는다/잘 있거라, 벗이여/
부록
자신에 대하여/예세닌에 대하여 박형규/세르게이 예세닌 연표(박형규 작성)
책속에서
자작나무
내 창문 밑
하얀 자작나무
마치 은銀으로 덮이듯
눈으로 덮여 있다.
부풋한 어린 가지 위에는
눈의 가장자리 꾸밈
꽃이삭이 피었구나
흰 술처럼.
자작나무는 서 있다
조으는 고요함 속에,
금빛 불꽃 속에서
눈이 반짝이고 있다.
노을은 게으르게
둘레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은銀을
어린 나뭇가지에 뿌렸다.
지는 해의 붉은 날개
지는 해의 붉은 날개는 사라져 가고 있고,
울타리는 저녁 안개 속에서 조용히 졸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나의 하얀 집이여,
또다시 너와 내가 혼자가 된 것을.
초승달은 초가 지붕에서
시퍼런 날을 씻고 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지 않았고
호젓한 건초더미 뒤로 배웅하러 나가지도 않았다.
세월은 불안을 가라앉혀 주는 것.
세월처럼 이 아픔은 자나가리라.
입술도, 티없이 깨끗한 영혼도
다른 사내를 위해서 그녀는 지키고 있는 것이다.
기쁨을 찾는 자는 힘이 없으며,
의젓한 자만이 힘으로 산다.
또 어떤 자는 구겨서 내던지리라,
젖어서 썩은 멍에처럼.
시름속에서 내가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눈이 심술궂게 휘날리리라.
그리고 그녀도 우리 고을에 오리라
제 어린 것의 몸을 녹이게 할 양으로.
털외투를 벗고 쇼올을 풀고,
나와 함께 불 가에 자리를 잡으리라.
그리고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하리라,
어린애는 나를 닮았노라고.
잘 있거라, 벗이여
잘 있거라,
나의 벗이여, 잘 있거라.
사랑스러운 벗이여, 너는 나의 가슴 속에 있다.
운명적인 이별은 내일의 만남을 약속한다.
잘 있거라, 나의 벗이여, 손도 못 잡고 말없는 이별이지만
한탄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라, 눈살을 찌푸리고 -
이 인생에서 죽는다는 건 새로울 게 없다.
히지만 산다는 것도 물론 새로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