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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2036672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08-09-1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연히 사에키 수사 1과장이 진두지휘에 서겠군요.” 사이토 나오미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기타오카가 운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소문의 수사 1과장 밑에서 일하고 계시니 즐거우시겠네요.”
“소문?” 귀를 쫑긋 세우며 오카모토가 되물었다. “무슨 소문 말인가?”
“캐리어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나서서 수사 1과장 자리를 희망한 괴짜라 들었습니다.”
기타오카가 정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통상 캐리어는 지방 경찰의 공안 분야를 거치며 출세 가도를 밟기 시작한다. 그러다 현장 발령이 나면 귀중품 취급을 받으며 경력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를 받게 된다. 본청에서 맡겨 놓은 귀중한 엘리트를 때 하나 묻히지 않고 되돌려 놔야 한다는 강박을 지방 경찰 측에서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형사부 수사 1과장이라는 상처 입기 쉬운 자리에 캐리어가 부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사에키의 수사 1과장 부임이 얼마나 이례적인 인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뿐인가?” 오카모토가 슬쩍 되물었다. 기타오카의 말투에서 불쾌한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문이란 건 그뿐인가?”
그뿐일 리가 없다. 배경의 힘으로 출세하여 고생 따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캐리어 과장이 뭘 할 수 있느냐는 무의식적인 야유가 담긴 품평이리라.
기타오카는 능글맞게 웃기만 할 뿐, 똑바로 대답하려 들지 않았다. 오카모토는 기타오카의 옆얼굴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사람이 단순히 배경의 힘만으로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자네도 조만간 깨닫게 되겠지.”
“수완가라고 들었습니다. 공안 시절, 고르바초프 일본 방문 당시의 스파이 체포 건은 경시청 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니까요. 그렇긴 한데…….” 기타오카가 오카모토에게 슬쩍 눈길을 돌렸다. “캐리어가 수사 1과장 자리에 부임하는 식의 현실적으로 무리한 인사가 가능한 데는 혈연관계가 작용했겠지요.”- 본문 47~48쪽 중에서
그는 글라스를 기울였다. 질척한 피가 실로 이어져 떨어진다. 이미 빨갛게 물든 피부 위로 핏물이 튀며 옆구리로 흘러내린다. 그가 오른손을 내밀어 피가 떨어지는 걸 막았다. 손바닥에 모여든 피를 온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피를 다 바르자 글라스를 기울여 새로운 피를 떨어뜨렸다. 이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단 하나의 소원만이 메아리쳤다. 그의 머리가 터질 것처럼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했다.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였다.
그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제발 내 딸을 돌려줘.’- 본문 272~273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