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2036849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09-04-01
책 소개
목차
미즈에 씨의 오토바이
유코의 지름길
미키오 씨의 전 그녀
아사코 씨의 상자
프랑수아즈의 프랑스
내 얼굴
파리의 모두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에 위화감을 느끼고 눈을 떴다. 막 잠이 들려다 깬 터라 머리가 멍해 상황 파악이 안 된다. 이 밤에 차가 멈추다니 이상하다. 연신 눈을 깜빡거리는 사이 정신이 또렷해졌다.
방이 파랗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방에 비쳐 드는 불빛이 점멸하기 시작한다.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깜박거리는 파란 신호등 불빛 아래 미즈에 씨가 네모난 석유스토브를 옮기고 있다. 횡단보도를 반도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어, 자동차가 뭔가 언짢다는 식으로 미즈에 씨를 피해 지나간다. 미즈에 씨는 일단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스토브를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는 것 같더니 양손을 비빈다.
도우러 가야 하는데. 빨간 신호로 바뀐 방 안 창가에서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영차’라고 한 걸까. 확실하지 않다. 미즈에 씨는 평소와 달리 모피 목도리가 달린 두툼한 코트를 입고 있다. 설산 피난자 수색대 같다. 하얀 입김을 토하며 다시 양손에 스토브를 들고 기운차게 걷기 시작한다. 단숨에 횡단보도를 건너 시야에서 사라졌나 하는데 뒷문 쪽에서 소리가 난다. 다급히 코트를 걸치고 2층 문등을 켜고 밖으로 나갔다. 철 계단을 내려가는 내 발 소리가 어둠 속에 울린다.
“춥지? 2층에 있는 당신 생각 때문에 왠지 산만해져서 공부가 안 되더라고.” 아래까지 내려가자 미즈에 씨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등유는 넣어 뒀어.”
몸을 덜덜 떨며 코를 훔치는 미즈에 씨의 자그마한 몸을 무턱대고 안아 주고 싶었던 건 그저 감동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보살핌을 받은 건 내가 아니라 그녀라는 착각이 드는 건 왜일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