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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92055390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3-08-0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쯔윈이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다 그에게 말했다. “더 먹어, 더 먹어. 이런 인색한 사람들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실컷 먹으라고. 배가 부르기도 전에 밥을 못 먹게 하는 법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그러자 치윈이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저놈이 얼마나 먹어대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 정말이지 무슨 소처럼 먹어댄다니까. 언니가 밥 한 솥을 가져다줘도 금세 다 먹어치울걸!”
우룽의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변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배부릅니다! 배부르다고요!”
그는 밥그릇을 내려놓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세 그릇의 밥이 안겨준 행복은 울분 때문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그는 천천히 이를 쑤시며 마당을 훑어보았다. 어느새 햇빛이 사라지고 하늘은 우중충한 색을 띠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비 오기 전의 습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빨랫줄에 걸려 있는 쌀집 자매의 속옷과 양말을 보며, 바람에 실려 곳간에서 솔솔 풍겨나오는 쌀 향기에 또다시 매혹되었다. 하얀 눈처럼 수북이 쌓인 쌀, 아리땁고 농염한 여인, 철도와 부두, 도시와 공장, 사람과 재물……. 이것들은 모두 펑양수 남자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금 우룽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천국의 모습과 아주 가까웠다.
“일할 곳을 옮기겠다고? 그런 수는 또 누가 가르쳐준 거지?”
“저쪽에서는 숙식도 해결해주고 매달 오 원씩 주겠대요.”
우룽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전 바보가 아닙니다. 그쪽으로 가고 싶어요.”
그를 빤히 쳐다보던 펑 사장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
“인정을 베풀어봤자 아무 소용도 없나 보군. 하긴 병든 개를 보살펴줘봤자 다 나으면 주인을 무는 법이지. 그럼 얼마를 원하는지 말해봐.”
“오 원을 주십시오. 가게에서 제가 쓰는 힘이 오 원어치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 가져가.”
펑 사장은 동전 한 닢을 바닥에다 던졌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모두 다섯 차례 동전을 한 닢씩 바닥에 던졌다. 그의 얼굴은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조롱의 빛도 띠고 있었다.
“가져가. 이제 월급도 달라고 할 줄 아는 걸 보니 사람이 되었나 보군 그래.”
우룽은 쌀집 부녀들이 알랑거리는 것을 보며 역겨움을 느꼈다. 일을 마쳐야만 했기에 그는 연거푸 쌀자루를 곳간으로 날랐다. 펑 사장이 쌀을 한 움큼 쥐고 살펴보더니 말했다.
“쌀의 품질이 좋은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지금은 팔래도 팔 쌀이 하나도 없거든.”
우룽은 이 쌀 때문에 한 사람이 죽은 사실을 펑 사장이 알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분명 예상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와장가는 돈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눈을 벌겋게 뒤집어까는 흉악한 거리니까. 이 거리의 사람들은 독사처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람이 죽어 넘어진다 해도 자기 일이 아니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룽은 쌀자루를 어깨에 메고 마당으로 걸어가며 솔직히 자기도 남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