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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44808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0-04-16
책 소개
목차
지은이의 말
1부 어느 무명 화가를 생각하며
명품 _ 13
노인이 된다는 것 _ 20
명절과 전쟁 _ 27
어느 무명 화가를 생각하며 _ 33
영시와의 오후 _ 40
파티의 끝 _ 45
리움 미술관 _ 52
2부 글쓰기의 끝
집으로 돌아와서 _ 61
낚시 유감 _ 67
글쓰기의 끝 _ 75
행복한 실수 _ 82
영어 단상 _ 89
그냥 좀 내버려 두자 _ 96
명예 교수 _ 103
3부 나의 업적
감기와 커피 _ 111
책과 저자 _ 118
매미 _ 124
거머리 _ 130
나의 업적 _ 137
피천득 선생 추모식에 다녀와서 _ 144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_ 153
4부 초원의 빛
어느 할아버지의 블루스 _ 161
초원의 빛 _ 168
나이아가라여, 영원하라! _ 175
만년필 _ 182
인어 공주 _ 189
두 잡지 이야기 _ 196
채털리 부인의 사랑 _ 20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나서 갈 곳이 없다는 간단하면서도 엄연한 현실은 얼마간 적잖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연히 사무실에 가 있어야 할 시간에 집에서 어정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갑자기 새장에 갇힌 한 마리 새가 된 느낌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작 지금까지 30여 년 이상 나를 가두어 놓았던 새장은 집이 아니고 사무실이었다. 그 새장의 문은 퇴직과 더불어 활짝 열렸고 나는 이제 높고 넓은 푸른 하늘로 말 그대로 ‘새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얼마나 갈망하던 시간이며 자유란 말인가?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가? 열린 새장의 문 앞에서 오히려 그 새장 속의 생활을 못 잊어 서성이는 한 마리 새의 모습이 아닌가? - <집으로 돌아와서> 중
한때 나도 바로 지금의 나처럼 퇴직을 하고 나서도 강의를 하겠다고 캠퍼스에 계속 나타나는 선배 교수들에 대하여 같은 생각을 품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주름진 얼굴에 구부정한 어깨를 하고 허옇게 센 머리털을 휘날리며 이미 떠난 캠퍼스에 유령처럼 다시 나타나 순진한 학생들과 남아 있는 동료 교수들을 놀라게 하고 당황스럽게 만든단 말인가? 그런데 이제 내가 그때 그처럼 질겁한 바로 그 유령이 되어 같은 캠퍼스에 출몰하고 있는 것이다. - <명예 교수> 중
선생님은 누구보다 이야기를 좋아하셨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아는 것이 많고 이야기에 조리가 있다고 자주 칭찬을 해주셨다. 그날의 데이트가 끝날 때가 되면 선생님은 으레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두서너 장 꺼내 주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빵이나 과자를 사라고 하셨다. 사양해도 소용없었다. 조금 사면 또 조금 산다고 성화셨다. 빵 한 보따리를 사서 한 손에 들고 선생님과 함께 다시 아파트까지 걸어가 댁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차를 운전하여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내가 선생님 댁에 들르는 날은 우리 아이들이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날이었고, 또 아이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 <피천득 선생 추모식에 다녀와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