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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88992467261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09-05-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chapter 1. 소리 없는 언어, 손짓 언어
01 손은 아름답다
02 말보다 솔직한 손짓 언어의 세계
03 손짓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
04 손짓 언어는 어떻게 생길까
05 손짓 언어는 어떻게 습득하나
chapter 2. OK? ... Oh, no!
01 제각각 다른 손짓 언어 동작
02 OK와 V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면?
03 한국 여성들은 모두 레즈비언?
chapter 3. 한국의 손짓, 아시아의 손짓
01 의미에 따른 손짓 언어의 유형들
02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되는 손짓 언어
03 손짓 언어 사용 대상에 주의하라
04 희로애락의 비밀
05 관념적 의미의 은밀한 동작
06 집게손가락의 ‘위험성’
chapter 4. 아시아의 손짓 언어, 왜 다를까?
01 겸양과 예절의 중시
02 불평등한 권력 구조
03 동작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라
04 갈수록 보편화되는 서구 손짓 언어
05 불경한 왼손과 발에 대한 규제
06 한국의 손짓 언어는 왜 풍부한가?
07 지형적 고립이 만들어낸 몽골과 네팔의 손짓 언어
08 식민 지배의 흔적
chapter 5. 문화 갈등을 이겨내고 다문화 사회로!
01 손짓 언어에서 문화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02 손짓 언어 문화 갈등의 실체
03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04 손짓 언어 인지 능력 개발하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를 떠올릴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신분제에 묶여 콧물과 핏물이 뒤범벅된 채 맞고만 있었던 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그가 몰매를 맞도록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인도에서의 ‘예’와 ‘아니요’의 의사 표시는 우리들과 정반대였다.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예’에 해당하는 승낙의 표시이며 앞뒤로 끄덕이는 것은 ‘아니요’라는 거절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때 그가 “실크숍”을 외쳤을 때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던 것은 나였으며, 당연히 그에게는 승낙의 의사로 비쳤던 것이다. 결국 인도인의 신체 언어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나로 인해 그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받지 않아도 될 모욕을 당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러한 문화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 머리말 중에서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은 말 이면에 숨겨진 뜻을 중시한다. 관계 지향적인 집단주의 사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성으로 정확한 메시지보다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관심을 갖는다. 직설적이며 명확한 언어 표현이 아닌 간접적이고 함축적인 의사 전달에 중점을 둔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가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이다. 극단적 표현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포함된 우회적 표현으로 관계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의도와 욕구, 기분, 또는 태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가령 ‘사랑한다’와 같은 직접적 표현은 굳이 언어화하지 않고 내재화되어 있더라도 상대방이 눈치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애정 고백조차 은유적으로 표현해 ‘내 안에 너 있다’, ‘어디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심장이 불타고 있잖아요?’와 같은 드라마 대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침묵과 눈짓, 손짓, 몸짓 등의 비언어 행위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모두 눈치와 감, 기분에 민감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나 혹은 ‘감이 늦은 사람’으로 치부된다. ...(중략)... 눈치와 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사람들은 오로지 말에서만 진실을 찾아낸다. 목표 지향적인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다. 말 자체에 모든 정보가 포함되므로 메시지의 구성도 논리적으로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인 독일,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사랑한다’라는 감정 표현은 항상 메시지로 언급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본문 285쪽
2005년 1월 조지 부시(George Walker Bush, 재임 2001~2009)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을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하던 일부 노르웨이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부시 대통령과 딸 제나(Jenna)가 사탄을 숭배하는 사인을 취하는 장면이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인터넷 신문인 《네타비센(Nettavisen)》은 ‘부시 딸의 충격적인 인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부시가 사탄 숭배의 손짓말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 아닌 수년 전부터 자주 목격되었던 것으로, 부시가 사탄을 숭배한다는 루머가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가 취한 문제의 사인은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황소 뿔 사인이다. 실제로 부시 일가의 손짓은 뿔이 긴 황소 롱혼(longhorn)을 형상화한 것이다. 황소는 텍사스 대학의 마스코트이자 동시에 텍사스 주민을 상징하는 애칭이기도 하다.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던 부시와 그 가족은 취임식장에 있던 텍사스 행진 악대에게 ‘호의’의 손짓을 보냈던 것이다. 한편, 황소 뿔 사인은 미국과 유럽의 헤비메탈 팬들 사이에서는 ‘악마주의(diabolism)’를 뜻한다.
- 본문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