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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92708821
· 쪽수 : 704쪽
· 출판일 : 2011-02-11
책 소개
목차
서문 Hello to the readers of Escape
프롤로그
1~21장
에필로그
작가의 말
존 카첸바크 인터뷰
존 카첸바크 소개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살아남았고, 그들은 죽었다.
토미는 번번이 자기 눈을 원망했다. 그 눈으로 적군의 구축함을 발견하는 바람에 그들 모두를 배신한 것이다. 특별히 예리한 시력을 부여받지 않고 장님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들이 지금도 살아 있을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했다. 이로울 것 없는 생각이었다. 토미는 맹세했다. 만일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미국 땅을 횡단하여 텍사스 서부로 여행을 갈 것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관목과 건곡乾谷이 있는 황량한 외지까지 깊숙이 들어가 라이플총으로 산토끼를 잡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산토끼는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잡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몇 십 마리, 몇 백 마리, 몇 천 마리의 토끼를 총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 라이플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산토끼를 잡을 것이다. 죽은 산토끼들에 둘러 싸여 대위가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두 사람은 죽은 이의 시신을 쳐다보았다. 토미나 레너데이나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해왔다. 처참한 형태의 죽음도 여럿 봐왔지만, 지금 이 아보트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끔찍한 죽음은 없었다. 두 사람이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충격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총탄이나, 폭발, 유산탄에 산산조각 난 시신을 많이 보아왔다. 전투라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는 창자가 튀어나오고, 목이 잘려나가고, 살아 있는 채로 불에 타 죽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은 총좌 기수들이 죽어나갈 때 플렉시 유리로 된 자리에 남겨진 창자나 피투성이가 된 시신의 일부를 본 적도 있다. 물론 그 모든 죽음은 가장 잔혹한 죽음을 보게 될 거라 예상한 전투라는 범주 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아보트는 달랐다. 이곳에는 살아 있어야 할 사람이 죽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습은 정말 무섭고 충격적이었다.
“귀관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트?”
토미는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크리기들에게 물어볼 수도 대답을 들을 수도 없는 질문이었다. 농담으로라도 결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봇물처럼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억누를 수 없는 깊은 공포심 때문이었다. 한밤중에 숨이 막힌 채 잠에서 깨어나는 공포. 한낮에 철조망을 쳐다볼 때의 공포. 주위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이 지금은 살아서 숨을 쉬고 있지만 몇 초 뒤에, 몇 분 뒤에, 몇 시간 뒤에, 며칠 뒤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이 곤란한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오늘은 살아 있습니다, 소장님. 내일도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폰 라이터가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토미는 소장의 딱딱함이 굉장한 지적 열의를 가졌으면서도 엄격한 형식에 구애받고 있는 남자의 본심을 숨기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위험한 조합이었다.
“베드포드 대위도 인생의 마지막 날에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