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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3094329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1-05-11
책 소개
목차
01장
02장
03장
04장
05장
06장
07장
08장
0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역자 후기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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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러자 환각이 - 정말로 환각이었다면 말이지만 - 출현했다. 인사부장이 다른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는 죽어 있었다. 피부를 통해 골격이 보였다. 뼈들은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내장은 인공 신장이나 심장, 폐 따위로 대체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강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서로 연계해서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진짜 생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완전히 결여되어 있었다. 사내의 목소리는 테이프에 녹음된 소리였고,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서 들려왔다. 과거의 어떤 시점에서 이 사내가 실제로 존재하고 살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상태는 이미 끝났고, 아무도 모르는 새에 다른 것으로 교체되었던 것이다.
흐음,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군. 잭은 생각했다. 소년은 앞으로 이곳에 존재할 건물들을 그리고 있었다. 현재 그들의 눈에 비치는 풍경이 아니라 미래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소년이 묘사한 것은 단지 건물만이 아니었다. 지금 소년이 그리고 있는 조합 주택의 거대한 아파트 건물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동안에도 점점 불길한 느낌을 더해가고 있었다.
낡은 건물들. 오래되어서 다 무너져가는 느낌이다. 황폐하고 절망적인 풍경이었다. 생기와 활력이 결여된, 시간을 초월한 둔중함의 표상과도 같은 광경.
“만프레드는 단지 미래를 예지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어.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를 제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나 할까. 여러 가능성 중에서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만프레드에게는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고, 현실이니까. 마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 아이의 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만프레드의 현실이 우리를 침식하고, 우리의 인식을 대체해버리는 거야. 그 결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익숙해진 사건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