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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93166958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1. 얼마 전부터 나는 가끔
2. 내가 맨 처음 <카사블랑카>를 봤던 때가
3. 어느 날 우리 마음에 든 영화는
4. 몽타주. 기계공학에서 빌려온 것 같은 이 단어는
5. 피난이 내 유년시절에
6.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릭(험프리 보가트)은
7. 이삼 년 전 내게 갑자기 불면증이
8. 인사를 드리려고 어머니에게 들렀던 날 밤에
9. 내가 옛날 영화, 특히 미국 영화에서
10. <카사블랑카>의 기원에는
11. 비극의 주인공들에게 그런 것처럼
12. 어떤 것도 흑백의 대립만큼
13. 한 개인의 역사가
14. 인도차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15. 나는 몽파르나스 역을
16. <카사블랑카>의 도입부에서
17. 어머니는 최근에 걷는 게 힘들어지셨지만
18. 나는 시간이 약간 흘러가기를
옮긴이 해제: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책속에서
특히 나 자신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유 때문에, 그리고 열한 살이나 열두 살 때부터 내게도 개인사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기억의 촉매제였고 오늘날에도 내게는 그렇다. 카사블랑카라는 이름만으로도 다양한 회상의 원천이 되고, 다른 이름들이 이와 반향을 이룬다. 이 영화가 암시하는 시기와 에피소드―제 2차 세계대전 이전, 피난, 점령―는, 그 극적인 차원과 함께, 과거를 느끼는 감각과 미래에 대한 애착을 내 유년시절에 각인시켜 놓았다. 내가 맨 처음 받은 인상들의 힘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는 가끔 과거를 다시 산다는 느낌이 아니라, 다음의 상황을 다시 산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기억의 이중적 역설은, 과거가 오래된 것일수록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더욱더 생생하고 생기 있는 현재로 나타나지만, 이와 반대로 이 장면들을 연결하는 끈은 더욱더 느슨해지고 뒤엉키고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속성을 재구성하고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억들, 이 기억의 러시 필름들을 ‘몽타주’해야 한다. 이런 작업에서 행해지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점차, 비극적으로 자기 과거를 잃는다는 것?알츠하이머병에서처럼 가장 오래된 기억들이 최후의 저항 끝에 마지막으로 지워진다?은, 자신을 시야에서 놓친다는 것(se perdre de vue)이며, 다른 말로 하면 죽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최악의 고독은 [나만 기억한다는] 기억의 고독이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어떤 증인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가 고통 받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을 때면, 나는 가끔 어머니에게 약간 거칠게 경고했는데, 이는 아마도 어머니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을까 두려웠고, 나 또한 내 기억들만 갖고 홀로 남아 있지는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