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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3342406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5-01-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전 국민이 너를 알아! …009
1회 : 대한민국 …025
2회 : 라이세움 …037
3회 : 미국의 위대한 게임 …057
4회 : 서울의 영웅들 …079
5회 : 테드찡 …105
6회 : 예전의 나 …125
7회 : 500번의 투구 …155
8회 : 후 아이 엠 …177
9회 : 해빙 …209
10회 : 생애 최고의 여름 …241
연장 11회 : 또다시 가을은 오고 …283
연장 12회 : 올인 …313
연장 13회 : 이렇게 끝이야? …347
작가후기 …357
리뷰
책속에서
지는 팀의 응원은 비극적일 정도로 비장하여 나 같은 영문학도가 반길만한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지는 팀에 감정적으로 이입을 하다 보면, 팀이 잘 할 때는 더 기쁘고 못 할 때는 내 감정의 곡선도 더 바닥을 친다. 그 절망감을 더 절실히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우승은 금보다도 더 귀해진다. 가뭄 중의 단비이자 기근 중의 식량인 셈이다. 긴 연패에 빠질 때는 전쟁 포로의 멘탈을 갖게 된다. 겉으로는 단호하고 의연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시 자유의 빛을 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상태 말이다. 한 번만 더 패하면 집어치울 거라고 협박함과 동시에, 영혼을 바쳐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이기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게 된다. 이 정도로 필사적인 상황에서는 한 번의 승리에도 얼마든지 격하게 열광할 수 있는 법이다.
잘나갔던 역사를 가진 별 볼 일 없는 팀에서 뛴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나도 확실히 안다. 홈경기인데 관중석에 홈 팬 보다 원정 팬이 더 많은 광경을 벤치에서 올려다보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안단 말이다. 동시에 단 몇 명의 목소리 큰 팬들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우리 팀 자리에서 정말 한 명이라도 큰 소리로 응원을 해 주고, 깃발을 흔들고, 농담을 하고, 심판에게 야유를 하고, 우리가 점수를 낼 때 마다 일어서 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오늘 딱 하루만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초반에는 도저히 신이 나지가 않았지만 말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응원을 리드하는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렵다. 무언가 맡았기 때문에 신이 난 그런 유치한 감정 이상이며 자아의 실현이다. 단상에 오를 때면 뭔지 모를 에머슨풍의 성취감, 무언가를 초월한, 어쩌면 목적론적인 감정을 느낀다. 솔직히 흥분된다. 무대에 오르는 건 첫 키스, 대학 합격 통지서, 그리고 박병호의 홈런을 한 데 묶어 놓은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