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동양철학 일반
· ISBN : 9788993753219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2-04-16
책 소개
목차
서장 제자백가란 무엇인가
1장 노자, 무위無爲의 철학자
2장 장자, 혼돈混沌의 마술사
3장 양주, 역사부정의 쾌락주의자
4장 공자, 천명天命을 받은 적이 없는 성인
5장 맹자, 실패한 혁명가
6장 묵자, 겸애의 전사戰士
7장 혜시, 상대적 비판의 파괴자
8장 공손룡, 최후의 고대논리학자
9장 추연, 우주론적 정치사상가
10장 손자, 중국 병학의 최고봉
11장 한비자, 법가사상의 귀공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이제는 장주가 부정하려 해오던 모든 것이 양날의 검이 되어 그 자신을 공격한다. 그는 이 깨달음의 좁은 길에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이때 장주의 사색은 사상을 부정하려는 사상의 숙명인 자기붕괴를 맞는다.
여기에 이르러 장주는, 대립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 이의적二義的 존재, 반대자로서의 위험한 존립을 벗어나 “홀로 천지의 정신과 왕래하고 만물을 거만하게 흘겨보지 않으며 시비를 따지지 않고 세속과 산다(『장자』 「천하」)”고 말하고 있듯이, 어떠한 것도 업신여기지 않고 어떠한 것도 부정하지 않으며 세속과 섞여 묵묵히 살게 된다.
“혼돈씨의 재주混沌氏之術(『장자』 「천지」)”를 부려 기성 판단의 틀을 깨트리며 사색의 여행을 계속한 장주는, 빈손으로 원래 살던 세계로 되돌아갔다.
본래 인간은 말라비틀어진 이름을 역사책에 남기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곤충이 자신의 유체를 표본실에 전시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듯이. 인간은 자신에 대한 미래의 평가를 미리 인생에 끼워 넣어 살 수 없으며, 현실에서 진 인생의 부채를 후세의 평가로 상쇄할 수도 없다. 자신이 떠맡을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자기가 살았던 인생뿐이며 사후의 평가를 받아서 그것을 자기 인생에 편입할 수는 없다. 이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에 눈을 떠서 역사를 위해 사는 짓을 그만두라. 지금 여기에 있는 한순간의 인생을 나를 위해서만 살아라.
따라서 맹자가 펴는 논리에는 도중에 커다란 비약이 있으며, 거의 꿈같은 이야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실제로 전국시대를 통일한 인물은 진왕秦王 정政(뒤의 진시황제)이며, 그는 법술사상을 채용해 왕도정치의 정반대를 실행함으로써 통일을 달성했던 것이다. 맹자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그 뒤 2300년의 중국 역사에서도 맹자가 말한 식으로 천하를 통일했던 왕조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예뿐만 아니라, 맹자는 교묘한 비유나 일순간의 기백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타인을 논파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확실히 선동가로서의 재능은 풍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론술은 그때그때 상대를 설복시키는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실제로 사회를 변혁하고 역사를 움직여 가는 현실적 승리를 획득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