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

전화벨이 울리다
황홀
투쟁

"여보세요, 편안하게 얘기 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침묵 뿐. 매복이나 잠복과 같은 이 침묵에서 그는 아무것도 해석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침묵은 엘스하이머 또한 함께하고 있는 침묵이기에 그를 한없는 친밀감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제 그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어렵고 많은 집중을 요하는 까다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이 여자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수화기에 대고 권유하듯 부드럽고 몽롱한 목소리로 "저, 무슨 일이시죠?" 하고 말했다.
"저는 미쳤어요. 아마 저를 미쳤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당신에게 전화를 하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 본문 11~12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