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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96443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2-08-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사라진 예술가, 남은 절벽
1 외설적 아버지의 명령, “즐겨라!”
이 숨찬 경쟁의 피로, 어떻게 푸나
내 안의 슬픔을 긍정하기까지
외설적 아버지의 명령, “즐겨라!”
도시의 속도를 비추는 지하철 정거장의 시
과학보다 더 뛰어날 미래의 시
자본의 질량에 얹혀 질주하는 ‘미래파’의 운명
인지과학, 영성靈性, 현대시
2 여러분의 ‘그것’은 안녕하신가요?
한 플라톤주의자의 비극 -김소월, 「먼 後日」
“갈매나무라는 나무”는 어디에 있습니까? -백석,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우리들 마음에 도둑이 들었다 -성찬경, 「다이아몬드의 별」
여러분의 ‘그것’은 안녕하신가요? -안도현, 「가련한 그것」
자멸파의 정념 -이영광, 「동해 2」
다만 그냥 놀자는 것뿐인데 -이수명, 「시작법詩作法」
인생은 사무치는 모순 -서상영, 「꽃범벅」
쓸쓸한 자기애의 늪 -하정임, 「즐거운 골목」
3 나쁜 남자 VS ‘나쁜 소년’
뻐끔뻐끔 항문으로 말하는 사람들 -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투구 안에 흐르는 눈물 -한명희, 『내 몸 위로 용암이 흘러갔다』
그림자와 벌이는 위험한 연애 -김소연,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먹어야 산다는 치욕 -김기택, 『껌』
나쁜 남자 VS ‘나쁜 소년’ -허연,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얼마나 오래도록 마음을 타고 놀았으면 -장정자, 『뒤비지 뒤비지』
욕망의 연금술 -최명선, 『기억, 그 따뜻하고 쓰린』
내 쪽으로 죽음을 끌어당기는 이유 -김초혜, 『고요에 기대어』
어느 날 그는 어머니 묘지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4 밥과 어머니 또는 보살핌의 윤리
영원한 어린이의 눈, 마이너리티의 슬픔 -김상미의 시
정처 없는 이 발길 -정병근의 시
저 푸른 초원 위에, 섬뜩한 숭고 -김선태의 시
밥과 어머니 또는 보살핌의 윤리 -상희구의 시
기다림의 힘, 견딤의 아름다움 -윤은경의 시
응시와 죄의식 -이창희의 시
저자소개
책속에서
본디 나는 중이 될 팔자였다
목숨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죽는 사람도 있거니와
팔자 소관대로 살지 못하는
삶도 있긴 있다 이즈음
- 박만진, 「간월암에서」 부분
이 땅의 시인치고 궁륭 같은 예배당이나 산문의 오솔길을 따라 불립문자로 숨고 싶은 유혹을 느껴보지 않은 자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팔자 소관대로 살지 못하는 삶”이야말로 시 쓰기의 필요조건 아닌가. 어찌 속 들끓지 않고 시가 나오겠는가. 그래서 그 유혹은 여전히 매력적인 무엇으로 남아 있다.
지구에서 대략 50광년 떨어진 半人半馬座에
지름 1500킬로미터, 전체가 순 다이아몬드로 된
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이것이 이 세상 돈의 값어치로 얼마짜리란 말인가.
- 성찬경, 「다이아몬드의 별」 부분
그런데 왜 갑자기 슬픔이 와르르 몰려오는 걸까? 지구를 다 사고도 남을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있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우주가 넓은데도 왜 이 세계는 이 모양 이 꼴인가? 우스꽝스런 괴물들뿐인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어른과 어린아이를 한꺼번에 죽이는가? 남을 헐뜯어 짓밟고 올라서지 못해 안달인가? 왜 누군가는 마약을 하고 누구는 서울역 지하도에서 새우잠을 자는가?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의 해피엔딩은 왜 도무지 올 것 같지가 않은가?
성질은 못돼 먹어도 시만 잘 쓰면 된다는 시인도 싫고, 시는 못 쓰는데 마음씨는 기차게 좋은 시인도 싫고, 학연, 지연을 후광처럼 업고 다니며 나풀대는 시인도 싫고, 앉았다 하면 거짓말만 해대는 시인도 싫고, 독버섯을 그냥 버섯이라 우기는 시인도 싫고.
- 김상미, 「시인 앨범3」 부분
개인적으로 나는, 당신이 아프게 아프게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당신이 시를 버려도 아무 말 하지 않겠습니다. 헛된 욕심인 줄 알지만, 당신 같은 “진짜 시인”이 살기엔 세상이 너무 험해졌습니다. 부디 안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