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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964493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13-01-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1. 브로커들
2. 번호표
3. 사냥개
4. 타성이 된 공포
5. 항해자와 도망자
6. 사라진 브로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론 이런 음주가무로만 영업이 되면, 그건 땅 짚고 헤엄치기지 영업이겠어? 내 말은 이런 건 기본이라는 거야, 기본. 난 술은 싫어요. 단란주점도 싫어요. 그냥 시장 리딩(reading)을 잘해서 성공할래요. 이런 건 정말 세 살짜리 아이의 응석받이에 불과해. 너도 알 거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런 고집덩어리 어린애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지. 난 시장 공부는 하기 싫어요. 술 영업, 골프 영업만 할래요. 그것 또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어수룩한 생각일 뿐이야. 브로커가 시장을 공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모여서 실적으로 이어지지. 허구한 날 8341화면만 들여다본다고 네 수수료가 올라갈까? (…) 이 차장님의 똥꼬 얘기. 큭큭, 나도 예전에 지겹게 들었어.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차장님의 똥꼬 빠는 기술은 최고지. 그건 기본을 넘어서, 이제 차장님만의 독특한 영업 방식이 되었어. 너 상상이나 해본 적 있어? 차장님은 저렇게 술에 취해 있어도, 꼭 다음 날 아침에 전날 같이 술을 먹었던 매니저 책상에다가 숙취 해소용 음료수와 쪽지를 남겨놔. 보통은 자기가 직접 가고,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 될 경우엔 심부름센터라도 시켜서 그걸 하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수많은 고층 빌딩들……. 여의도에 출근하던 첫날, 익현에게 그것은 마치 앞으로 우뚝 솟을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 많은 건물들 중에 내 것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아니 심지어 저 건물의 단 1평조차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더없이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했다. 엘리트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 왠지 가까운 미래 어느 날에는 이곳에 있는 빌딩 중 하나 정도는 소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렇다, 솔직히 그는 바퀴벌레 서식지 같은 자신의 비좁은 자취방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하루에 몇 억씩 보이지 않는 돈을 거래하는 전문직 종사자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통장은 아주 척박하고도 쓸쓸하다는 진실……. 무엇보다 짜증나는 것은, 그런 아이러니한 자신의 처지에 매일 아침마다 쓴웃음을 짓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네가 안 해도 할 사람은 많아.”
“아아…….”
“하지만 내 눈에는 보여, 너는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그래, 돈은 올림픽의 금메달과 똑같아. 진정 금메달을 갈망하는 스포츠맨이 정말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처럼, 돈도 그것을 움켜쥐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만 가게 돼 있어. 다 큰 어른이 그 이치를 모르진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