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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4015484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2-07-0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그 사람과 반평생을 보냈다고 해서 보리스 이전 Before Boris(앞으로는 B.B.라고 부르겠다)의 인생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잃어버린 오랜 기간에 섹스도 했고, 관능적이고, 더럽고, 달콤하고 슬프기도 했다. 나는 나의 육체적인 모험과 불운한 사고들을 새로운 노트에 적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노트의 페이지를 내가 경험한 포르노의 역사로 더럽히고, 남편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한 사람에게만 집착하고 있는 내 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흔들어주기를 기대했다.
S 박사가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당신은 즐기고 있군요.”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어떻게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덤으로 정신병까지 얻은 여자가, 아무리 ‘잠깐’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여자가 이런 상황을 즐길 수 있을까? 수긍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S 박사는 기다렸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가 옳을 수도 있을까? 내가 남모르게 즐기고 있으면서 스스로 비참하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던 거라면? 은밀한 즐거움. 무의식적 지식.
“박사님 말이 맞다고 해두죠.”
S 박사가 비로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리스, 갈등이라면 질색했던 남자, 목소리 높여 열정적으로 부르짖는 여자와 살면서 사포에 쓸리듯 영혼에 상처를 받은 남자. (…) 나는 지식의 문이 아니라 불가해한 망각의 길로 가는 내 방식에 몰두하지 않았나. ‘일시정지’ 때문에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보리스가 아니라 내가 아니었을까. 내가 창조한 걸작품, 데이지의 존재가 나의 모든 행위를 진실인 양 보이게 덮어버리지는 않았나. 지금 폐경기에, 버려지고, 다 잃어버리고 잊혀진 존재가 되었으니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머리를 책상에 묻고,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고 후회하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