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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1110523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0-04-22
책 소개
목차
욘더yonder, 여기와 저기 사이 —————— 007
에로스를 위한 청원 —————— 065
개츠비의 안경 —————— 087
프랭클린 팽본: 어떤 변론 —————— 107
코르셋을 입고 지낸 8일 —————— 123
남자 되기 —————— 135
어머니를 떠나기 —————— 147
타인과 함께 살기 —————— 159
9·11, 혹은 1년 후 —————— 167
《보스턴 사람들》: 개인적이고 몰개성적인 말들 —————— 183
찰스 디킨스와 음울한 조각 —————— 211
어느 상처 입은 자아의 이야기 —————— 265
옮긴이의 말 —————— 311
책속에서
왜 글을 쓸 때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종이를 열심히 긁어 흔적을 남기다 보면 내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상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계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세계와 허구의 구분이 그리 뚜렷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허구는 어쨌든 이 세계의 것들로 만들어지며, 거기에는 꿈과 소망과 판타지와 기억이 모두 들어간다. 그리고 허구는 외따로 창조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질료인 언어로 지어진다.
에로틱한 쾌감은, 사실 가장 내밀한 신체접촉에서 나오면서도, 타자의 낯섦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어야 에로티시즘 역시 지속된다는 역설을 통해 강렬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성적 감정이 애정과 은밀히 공모하되 서로 뚜렷이 구별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고전적 페미니즘의 결을 거스른다.
나는 항상 모든 연애에 삼각의 요소가 있다고 느꼈다. 두 명의 연인과 세 번째 요소, 바로 사랑에 빠져 있다는 관념 그 자체다. 이 세 번째 요소 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할지 나는 늘 궁금했다. 우리 자신에 대한 가장 심오한 이야기들이 드리우는 빛을 받은 그 기적과 같은 사랑을 목격하는 가상의 증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