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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1110196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 009
• 풍선의 마술 041
• 나의 루이즈 부르주아 053
• 안젤름 키퍼: 진실은 언제나 회색이다 073
• 매플소프/알모도바르: 포인트와 카운터포인트 087
• 빔 벤더스의 〈피나〉: 춤을 위한 춤추기 099
• 헤어스타일에 대한 헛소동 113
• 손택이 음담패설을 논하다: 오십 년 후 133
• “경쟁이 안 되니까요” 173
• 글 쓰는 자아와 정신과 환자 209
• 방 안에서 255
미주 289
옮긴이의 말 295
리뷰
책속에서
방대한 피카소에 대한 글과 연구논문에서 이 여인들은 언제나 성姓이 아닌 이름으로 불린다. 페르낭드.올가.마리 테레즈.도라… 미술사가와 전기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화가와 이 여인들의 내밀한 관계를 훔쳐서 그들의 연구에 편입시켰다. 반면 화가는 유년기를 제외하면 파블로라고 이름으로 불린 일이 아예, 아니, 거의 없다. 이것은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작업을 미술사적 프레임으로 구획하는 데 내재하는 은근한 차별을 보여주는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징표이다. (…) 지금까지 내가 읽은 한에서는 피카소를 다룬 글들이 성인 여자를 꾸준히 소녀로 바꾼다는 사실을 눈치 챈 평론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에 나는 매혹을 느낀다.
여성성과 그 무수한 은유적 연상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에 영향을 끼친다. 작고 부드럽고 약하고 감정적이고 민감하고 가정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여성적 특질은 크고 단단하고 강인하고 지적이며 터프하고 공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남성적 특질과 대치된다. 전자의 특질을 지닌 남자들도 많고 후자의 특질을 지닌 여자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두 가지 특질이 섞여 있다.
나는 예전부터 예술에 대한 경험은 오로지 관람자와 미술 오브제의 조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예술의 지각 경험은 말 그대로 관람자에 의해, 관람자 안에서 체현된다. 우리는 사실에 입각한 외부의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정립된 패턴들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능동적으로 창출한다. 이런 학습된 패턴은 자동적이다 못해 무의식에 가깝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동반해 미술작품에 접근한다.